매일신문

다부동전투 군수물자 나르던 8세 아이, 美 카네기홀에 서다

경북 안동 풍산 출생 도용복 오지탐험가 “그 모든 건 기적”
당시 흰 쌀밥 얻기위해 8세 나이에 전투 현장에 물자 날라

한국전쟁의 가장 치열했던 전쟁터. 다부동 전투에서 군수물자를 실어나른 어린 아이들. 이 중 한 명이 당시 7세의 도 교수. 다부동 전적기념관 제공
'꿈의 공연장' 미국 카네기홀 무대에 오른 도용복 대구한의대 특임교수. 도용복 제공

"이 모든 것은 기적입니다."

경북 안동 풍산 출생으로 8세 나이로 한국전쟁의 격전지 다부동 전투에서 군수물자를 나르던 아이가 71년이 지나, '꿈의 공연장'이라 일컫는 미국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 우뚝 섰다. 그 주인공은 올해 79세로 전 세계 200개국 가까이 오지탐험을 한 도용복((주)사라토가 회장) 대구한의대 특임교수.

도 교수는 지난 5월29일 카네기홀에서 변원탄 전 부산국제합창제 조직위원장과 함께 한국전쟁 전사자들을 위로하는 무대에 섰다. 이날 무대에는 대한민국 노엘합창단, 미국 영스타운 대학 합창단 등 150여 명이 영국 작곡가 존 루터의 '레퀴엠'(진혼곡)을 함께 불렀으며, 재미동포 이해종 영스타운 주립대 교수가 지휘를 맡았다.

"메모리얼 데이의 한국전쟁 전사자들을 위로한다는 마음에 여독이 풀리기도 전에 10시간의 맹연습을 거쳐,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습니다. 가슴 뭉클했습니다. 71년 전 군수물자를 나르던 한 아이가 이렇게 한국전쟁 전사자들을 위해 카네기홀에서 노래한다는 것 자체가…."

미국 카네기홀에서 열린 메모리얼 데이 기념음악회에서 한미연합합창단과 함께 노래를 합창을 하고 있는 도 교수. 도용복 제공
한국전쟁의 가장 치열했던 전쟁터. 다부동 전투에서 군수물자를 실어나른 어린 아이들. 이 중 한 명이 당시 7세의 도 교수. 다부동 전적기념관 제공

도 교수는 "1950년 8월 뜨겁던 여름, 대구 북방 22km 지점에서 낙동강 방어선을 지키기위한 치열한 사투가 벌어졌던 다부동 전투. 그곳에서 전쟁에 기여하면 흰 쌀밥을 준다는 말에 죽음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군수물자를 날랐다"며 "이런 인연으로 팔순이 다 되어, 카네기홀에서 숭고하게 목숨을 받친 이들을 위해 노래를 부르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부산국제합창제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도 교수는 모차르트의 프랑스 민요 '작은 별'에 한국전쟁 당시 참전했던 UN 참전국들의 나라명을 하나도 빠짐없이 넣어서 만든 'UN 참전국송'의 작사가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전쟁 당시 낙동강 방어선이 무너졌다면, 인천상륙작전도 성공할 수 없었다"며 "지난 70여 년, 대한민국은 '산업화', '민주화'라는 기적의 역사를 썼다. 그 역사의 살아있는 증거가 바로 제 인생"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미국 카네기홀에서 열린 메모리얼 데이 기념음악회에서 한미연합합창단과 함께 노래를 합창을 하고 있는 도 교수. 도용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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