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혈액 부족한데 화재라니, 혈액 관리 더 철저하게 해야

10일 대구 중구 달성동 대한적십자사 대구경북혈액원에서 불이 나 보관 중인 혈액제제 대부분이 폐기됐다. 이날 불로 대구경북혈액원 내에 보관돼 있던 혈액제제 1만1천670개 가운데 7천670개가 폐기됐다. 나머지 4천 개는 포항 공급소 등 3곳으로 이송됐지만 화재 영향 우려로 수혈용이 아닌 의료용(연구용)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가뜩이나 혈액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소중한 혈액이 소실되다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소방 당국은 사무실 내에 있던 드라이아이스 제조기에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자세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화재로 인한 후폭풍은 거세다. 현재 혈액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당장 대구경북 병원에서 응급 상황이 생긴다면 환자들을 제대로 수술할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화재로 혈소판을 보관하는 기계인 교반기 4대가 전소돼 성분 헌혈이 불가능한 상태다. 소실된 혈액을 어떻게 보충할지도 고민이다.

건강한 시민들이 헌혈 운동에 동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중한 혈액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때다. 자신의 헌혈이 화재로 폐기됐다면 헌혈한 사람들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겠는가. 시민들에게 헌혈하자고 목소리만 높일 것이 아니라 이제는 혈액 관리에도 더욱 집중해야 한다. 대구경북혈액원은 정확한 화재 원인이 밝혀진 뒤 화재 방지 대책을 철저하게 마련해야 한다. 믿고 헌혈해도 된다는 신뢰감을 시민들에게 심어줘야 한다.

혈액은 위급한 수술 환자를 살리는 유일한 수단이다. 앞으로 혈액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다. 혈액 부족 사태를 맞을 때마다 헌혈에 동참하는 시민들이 있어 고비를 넘겼다. 헌혈은 꺼져 가는 생명을 살리는 고귀한 행동이다. 시민들의 헌혈 실천에 상처 주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 된다. 대구경북혈액원은 이번 화재를 거울 삼아 더욱 철저하게 혈액을 관리해야 한다. 수많은 사람의 헌혈로 모은 혈액을 화재로 폐기하는 일은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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