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사람들이 죽고 나니 자연스럽게 생겨났지," "재개발 구역이라 집 팔고 이사 갔으니 빈집이 됐지."
대구시가 제공한 3천546개의 빈집과 분포도를 분석해 2주간 대구 8개 구·군의 빈집촌을 취재하며 주민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다. 주민들의 저 두 마디는 실제로 빈집이 발생한 원인을 대변했다.
취재진이 현장에서 직접 느끼고 선정한 빈집의 발생 유형과 궤를 같이했다. 취재진은 과거 빈집 연구 등을 참고해 빈집 발생 유형을 ▷고령자, 노후 건축물 밀집 등 주변 환경 열악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지연 ▷구도심 공동화 ▷지역 경제 쇠퇴 등 크게 4가지로 구분했다. 주민들의 의견과 현장감을 고려해 직접 방문한 14곳의 빈집촌 유형은 환경 열악 6곳(42.85%), 정비사업 지연 5곳(35.71%), 구도심 공동화 3곳(21.42%)으로 나눴다.
관련 전문가들과 'GIS 공간분석'을 통해 빈집의 원인이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와 주택정비사업의 영향이라는 점도 확인했다. 이들에 따르면 과거부터 대구 중심상업지구인 중구 반월당역을 중심으로 빈집촌이 형성됐고, 다른 구들도 시내와 가까운 곳 위주로 빈집촌이 형성됐다. 이는 과거에 사람이 많이 살았던 곳에 그만큼 노후화된 빈집이 많다는 점을 의미한다.
반월당역 인근 빈집촌에서 71년 한평생을 산 한 주민은 "40년 전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 살았다. 그들이 죽고 자식들은 이런 노후된 건물에 살지 않으려 하니 빈집이 됐다"고 했다.
주택정비사업은 빈집의 또 다른 원인이었다. 달서구의 한 빈집촌은 지난 2009년 재건축 정비사업구역으로 지정된 후 10년 넘게 사업이 지지부진하며 빈집촌으로 남겨졌다. 수성구의 한 빈집촌 역시 지역주택조합사업으로 시행사 측이 집을 사들이고 있지만, 사업의 시작 여부조차 확실하지 않았다. 이런 지역은 사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빈집촌으로 남겨질 가능성이 크다.
여러 요인이 겹쳐 탄생한 빈집의 모습은 실로 처참했다. 큰 나무와 넝쿨, 잡초가 무성히 자라 진입조차 어려운 빈집부터 옷, 장난감 등 쓰레기가 가득한 빈집 등 다양했다. 이런 빈집은 공가(空家)보다는 흉가(凶家)의 모습에 가까웠다. 눈앞에 펼쳐진 처참한 광경과 원인 모를 악취를 마주할 때면 턱에 걸치고 있던 마스크를 눈까지 덮고 싶은 심정이었다.
빈집과 함께 남겨진 주민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빈집의 우범지대화, 해충, 노숙자 거주, 붕괴 우려 등 불편을 호소했다. 거주지 바로 옆 흉물스러운 빈집으로 인해 악취와 붕괴 우려 걱정을 안고 사는 주민, 옆 빈집에서 수십 년째 자라는 커다란 오동나무로 인해 해충과 사투를 벌이는 주민이 기억에 남는다.
또 유일한 가족인 반려견과 헤어질 수 없어 빈집촌에 살면서 우범지대화와 노숙자 거주가 걱정돼 하루 일과로 일일이 빈집의 대문을 닫던 80대 할머니도 기억에 남는다. "더운 날씨에 고생한다"며 취재진에게 초코파이와 두유를 건네던 할머니를 통해 '빈' 집과 함께 살지만 마음만은 비어 있지 않고 가득 찬 빈집촌 인근 주민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300만 원의 빈집 철거 비용만 지원하고, 어떠한 사후 조치도 않는 '있으나 마나 한' 빈집 정비사업이 아니다. 빈집 인근 주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있으니 좋은' 실효성 있는 빈집 정비사업이 논의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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