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이재근 신부

이재근 신부
이재근 신부

7년 전 나는 공황장애 환자였다. 처음 공황증상이 나타난 것은 중국 연수 중 지인들과 배드민턴을 치던 때였다. 갑자기 가슴통증과 함께 숨쉬기가 힘들었다.

머리가 어지러웠고 금방이라도 의식을 잃을 것만 같았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던 통증이었고 고통이었다. 심장마비라고 생각했다. 이대로 죽는다고 생각했다.

가장 먼저 부모님이 생각났다. 난 행복하게 잘 살았으니까 내가 죽더라도 슬퍼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지인들이 모두 중국인이었기 때문에 유언을 남길 수가 없었다. 슬프고 답답했다. 그러던 중 구급차가 도착했다.

병원에서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았고 결과는 정상이었다. '너무 무리를 해서 그랬나보다'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지만, 다음날 나는 같은 증상으로 또 쓰러졌다. 급하게 한국으로 들어와 할 수 있는 모든 검사를 받았고 병원은 공황장애 판정을 내렸다.

공황장애의 가장 큰 특징은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해왔던 모든 일상생활들이 당연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책상에 앉아 일을 하며 외출을 하고 친구를 만나는 모든 일상이 불가능해진다. 그 이유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공황증상 때문이다.

공황증상은 보통 20분정도 지속되며 최고조에 이른 후 서서히 사라진다. 그 시간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저 겁에 질린 채 구급차를 부르거나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눈물만 흘려야 한다.

이런 증상이 평생에 한두 번 일어난다면 괜찮다. 그러나 공황장애 환자는 이러한 증상이 하루에도 몇번씩 일어난다. 증상이 없을 때는 언제 증상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시간을 보낸다.

완치 판정을 받은 지금, 나에게는 하나의 깨달음이 생겼다. 그것은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사실이다. 당연하게 생각하며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사실은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강의를 할 때 꿈에 대해서 물어본 적이 있다. 모두가 하나같이 '행복'이라고 대답했다. 물론 행복을 위해 그들이 바라는 것은 각자가 달랐지만 궁극적으로 행복하기를 바랐다.

행복에 대해서 검색을 하다가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 아니라 불만이다'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불만은 어떤 것을 당연하게 생각할 때 발생하는 감정이다. 그러므로 불만을 없앨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시 말해 행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모든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감사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앞으로 나는 행복에 대해서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자극적인 기사가 아니면 사람들에게 외면당하는 요즘, 그 사이에서 지극히 평범하고 때로는 따뜻하며 웃음이 지어지는 글을 나누고 싶다. 그것이 내가 가톨릭 성직자로 살아가는 이유이며 내가 믿고 있는 신을 조금이나마 독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지치고 힘든 독자들의 마음에 작은 위안과 소소한 행복이 될 수 있도록 내가 먼저 행복하게 살며 그 이야기들을 적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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