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빈집 3546] ⑤방치된 '빈집' 해법 찾아야

철거하거나 신축하면 지자체 차원 세제 혜택 도입 가능
소유자-수요자 이어주는 플랫폼 활성화돼야 활용도↑
해외에서는 소유주에 엄격한 관리책임 부여하기도
"지역균형발전 대책 뒷받침 없이는 근원적 해결 어렵다" 지적도

대구 남구 대명동 일반 주택 사이로 지붕이 훼손된 채 방치된 빈집이 곳곳에 보인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 남구 대명동 일반 주택 사이로 지붕이 훼손된 채 방치된 빈집이 곳곳에 보인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 빈집 3546] 연재 순서

<1편> 바이러스처럼 번지는 빈집

<2편> 황폐화된 도시, 고립된 사람

<3편> 주택공급 과잉의 기원, 빈집

<4편> 있으나 마나한 빈집정비사업

<5편> 방치된 '빈집' 해법 찾아야

국내 빈집 문제가 갈수록 심화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관련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의 빈집에 대한 체계적 관리는 물론, 빈집 소유주에게 관리책임을 부여하고 수요자가 빈집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차원의 지역 균형 발전 대책도 빈집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세제 혜택 부여 등 지자체 역할

빈집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해결 의지와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빈집 문제를 가장 가까이서 살필 수 있는 지자체가 이해 당사자들과 해결책을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득환 대구경북연구원 스마트공간연구실 연구위원은 "국내 빈집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질 것은 기정사실이다. 우리보다 먼저 문제를 겪은 일본의 경우 지자체가 '빈집은행'을 운영하는 등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도 예산을 투입해 개별 빈집을 정비하는 사업에서 벗어나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자체가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노력으로는 세제 정비가 있다. 현행 세법상 빈집은 건물분 재산세가 줄어들어 신규주택에 비해 세율이 낮지만, 빈집을 철거하면 나대지로 과세 항목이 조정돼 세율이 오르는 결과가 나온다. 철거 후 신축할 경우 지방세인 재산세를 일정 기간 감면하는 등 지자체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소유자-수요자 이어줘야

빈집을 활용할 의사가 있거나 빈집의 숨겨진 가치를 찾는 사람들이 보다 수월하게 매물을 찾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빈집 소유자와 잠재적 이용자를 엮어주는 플랫폼을 내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민혁 스테이빌리티 대표는 빈집을 고쳐 새생명을 불어넣는 스타트업을 키워가고 있다. 정 대표는 "빈집에는 기존 건축물이 가지고 있던 당대의 색깔과 소재가 담겨 있어 매력이 있다. 특히 도심 내 빈집은 매력적인 상업 공간으로 활용 가능성이 높다"며 빈집의 쓸모가 생각보다 크다고 강조했다.

다만 빈집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수요자들이 발품을 팔지 않는 이상 새로운 수요자를 기다리는 빈집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국토정보공사(LX)가 2020년 7월 빈집 거래 플랫폼 '공가랑'을 구축했으나 이곳에 등록된 빈집 매물은 약 1천500건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자체가 직접 빈집 실태조사를 거쳐 소유자의 매매 의사까지 확인해 플랫폼에 등록하는데, 지자체별로 플랫폼 활용도의 차이가 크고 빈집 소유자들 역시 소극적인 탓이다.

LX 관계자는 "소유주가 매매는 희망하더라도 인터넷에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올리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공사가 직접 거래를 중개할 수 없어 소유자의 개인정보가 필요한 부분인데 지자체 담당자의 연락처를 대신 기재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대구 달서구 두류동 재건축 사업 부지에 방치된 빈집.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 달서구 두류동 재건축 사업 부지에 방치된 빈집.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소유주에 관리 책임부여

빈집이 장기간 방치돼 주변 지역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소유주에게 관리 책임을 부여하는 것 역시 대안으로 꼽힌다. 빈집 문제를 겪고 있는 해외에서는 이미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미국 미네소타주 리치필드 시는 조례를 통해 지역사회에 부담을 주는 빈집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빈 건축물이 생기면 소유주는 90일 이내 등록 후 향후 계획 등을 제시해야 한다. 시는 조례에 따라 상황을 개선하는데 드는 비용을 소유자에게서 환수할 수 있다.

영국은 '빈집 중과세(Empty Home Premium)'를 도입했다. 2년 이상 장기간 비어 있는 집에 세금을 최대 300%까지 중과한다. 캐나다 밴쿠버도 6개월 이상 비어 있는 주택에 대해 과세표준의 1%를 '빈집세(Empty Home Tax)'로 부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 교토시 역시 2026년부터 빈집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빈집을 그대로 두는 대신 리모델링을 통해 매각하거나 세를 놓도록 유도하는 차원에서다.

◆지역균형발전 대책 뒷받침돼야

인구감소 시대에 빈집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질 가능성이 큰 가운데 보다 근원적이고 거시적인 대책이 국가 차원에서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구 자연감소가 이미 시작된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인구 유입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빈집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급속한 고령화와 인구 감소 속에도 2015~2020년 국내 총 주택 수가 13.2% 증가했고, 빈집은 3배가 넘는 41.4%나 증가한 것을 '위험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박정호 한국경제산업연구원 부원장
박정호 한국경제산업연구원 부원장

박정호 한국경제산업연구원 부원장은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방에 사람이 몰리게 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일본에서는 인구밀도가 떨어지는 지역의 인구를 그나마 사정이 나은 인근지역으로 옮기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쓰기도 한다. 우리도 머지않아 유사한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역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주력산업 육성, 또 이를 위한 정치적 합의와 국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빈집은 계속 늘어나고 문제 해결은 요원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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