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조형 예술가 다니엘 뷔렌의 개인전이 대구미술관 1전시실과 어미홀에서 열리고 있다.
뷔렌은 1960년대 초부터 작품의 내용과 형식의 관계를 자유롭게 다루며 급진적인 작업을 선보여왔다. 특히 1986년 파리 팔레 루아얄(Palais Royal) 안뜰에 선보인 대규모 설치작품 '두 개의 고원'(Les Deux Plateaux)은 그의 예술적 깊이를 보여주는 진수로 평가받고 있다.
정형화된 미술 제도를 비판해온 그에게 세계 미술계는 상을 수여하며 작품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있다. 그는 제42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고 이후 뉴질랜드 리빙 트레저상,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제 최우수 아티스트상, 일본 도쿄 프리미엄 임페리얼 예술상 등 권위 있는 미술상을 휩쓸었다.
또한 뷔렌은 미주,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등 전 세계 60개국을 돌며 3천 회 이상의 전시를 열어왔다. 파리 퐁피두센터,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스트라스부르그 현대미술관, 루이비통 파운데이션 등 국제적 위상을 지닌 여러 기관에서 작업을 선보여왔다.

특히 그는 '인 시튜'(In Situ)라는 그만의 고유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관점과 공간, 색상, 빛, 움직임, 환경, 분절이나 투영 현상을 복합적으로 활용해 작품과 공간의 경계가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유도하는 작업이다.
뷔렌은 이번 전시에서 작품과 공간의 특정 관계에 주목한 29점의 회화, 영상,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어미홀에서는 그의 대표작인 대규모 설치작품 '어린아이의 놀이처럼'을 만나볼 수 있다. 2014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에서 첫 공개된 이 작품은 나폴리, 멕시코, 시드니에 이어 아시아권에서는 처음으로 대구에 소개된다.
블록 쌓기 놀이에서 영감을 받은 '어린아이의 놀이처럼'은 정육면체, 원통형, 아치 형태의 블록 104점을 최대 6m 높이로 쌓았다. 특히 길이 40m의 어미홀에 컬러 블록 52점, 화이트 블록 52점이 대칭으로 놓여져 마치 미로 같은 공간을 거닐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뷔렌은 이 작품에 대해 "아이들의 그림은 순수하고 천진하지만 한편으로는 복잡하다. 이는 대다수가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리는 선천적인 복합성인데, 재능이 아닌 형(形)과 색(色)에 대한 감각을 말하는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그러한 감각을 되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어미홀을 지나면 뷔렌이 직접 제작에 참여한 다큐멘터리형 장편 필름 '시간을 넘어, 시선이 닿는 끝'(2017)을 감상할 수 있다. 6시간 30분의 긴 러닝타임을 가진 이 필름은 그의 자서전과 같은 영상물이다. 주요 행적과 기념비적인 프로젝트, 에피소드 등을 담고 있어 그가 얼마나 도전적이고 전위적인 작가인지 엿볼 수 있다.
1전시장에는 2015년 이후 제작된 입체 작품들이 전시된다. 작품 대부분이 거울 또는 아크릴 재질의 플렉시글라스 등 사물을 비추거나 확대, 파편화하는 재료들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재료는 사람이 작품 앞에 서는 순간 작품에 개입하게 되고, 다양한 관점이 스며들게 하는 '제 3의 눈'으로 기능한다.
마동은 대구미술관 전시기획팀장은 "뷔렌은 공간을 닫거나 열고, 둘러싸거나 해체하면서 자신의 개념을 무한히 확장하는 한편, 공간 안과 밖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한계에 대한 거부를 표현하고 있다"며 "관람객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어린아이의 놀이처럼 미술의 천진한 본성에 좀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2023년 1월 29일까지. 053-803-7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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