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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그래서 음악이 뭔데요?(1)

임진형 대구챔버페스트 대표

임진형 대구챔버페스트 대표
임진형 대구챔버페스트 대표

최근 음악이론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에 해당하는 '케임브리지 서양음악이론의 역사'가 서울대 음악사연구회에서 번역 출간되어 나왔다. 책이 나온 이후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세미나를 했다. 대표 저자인 시카고 대학의 음악과 인문학 교수인 토머스 크리스텐슨이 참여해 문제의 저서를 소개했다. 그는 '음악'이라는 개념의 역사에 대해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중세와 르네상스를 거쳐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변천되어 왔는지에 대해 기조 발표를 했다.

이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나는 물었다. "그래서 교수님께서 생각하는 음악이란 무엇이고(what), 음악(학)은 도대체 무엇에 관한 것인가요(what about)?" 그는 내가 가장 쉬운 질문을 한다면서 웃으면서도, 간단히 답할 문제가 아니라고 난색을 표했다. 이는 곧 '문화'가 무엇인지 평생을 거쳐 연구한 레이먼드 윌리엄즈가 가장 복잡한 단어 중 하나로 문화를 지목한 것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음악은 말 그대로 '음音'과 '악樂'의 만남이다. 중국 고서 '예기(禮記) 악기(樂記)'편에는 "무릇 음의 일어남은 사람의 마음에서 나는 것이다(凡音之起 由人心生也)"라고 적고 있다. 이는 소동파의 '금시(琴詩)'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말하자면 거문고의 소리는 어디에서 나는가가 그것이다. 소리는 거문고 상자나 연주자의 손가락에서 나는 게 아니라, 거문고와 연주자가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이를테면, 소리는 사물과 마음의 조응(照應)에서 비롯되는 법. 음악은 곧 연결의 다른 말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문학가, 소설가였던 연암 박지원도 거문고 연주에 능했다고 한다. 그는 연주를 통해서 '자신과의 화해'를 모색하고자 부심했다. 현실과 이상, 심리와 사회 사이에서 고뇌했던 그는 거문고의 장단에 호흡을 맞추고 거기에 따라 움직이는 몸동작을 따라가며 몸과 마음에 맺힌 원과 한을 애써 풀어내려 했으리라.

아인슈타인의 경우는 또 어떤가. 그는 자신의 물리학 연구에서 풀리지 않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음악을 들으며 답을 찾았다. 서구 철학의 오랜 전통에 망치를 든 니체 역시 "음악이 없었다면 인생은 한낱 실수일 뿐이다"라고 하며 피아노를 자주 연주했다.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해주기 때문에 음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니체는 심지어 병원에서 숨을 거두기 마지막 순간까지도 피아노 건반을 몇 개 눌렀다고 할 만큼 음악을 사랑했다.

몇 년 전, 사고로 아들을 잃은 내 친구는 허무한 마음을 달랠 길 없어 매일 피아노학원에 가서 건반을 두드리고 두드린다. 나의 어린 시절, 엄마는 빨래와 설거지를 하면서도 '일출봉에 해 뜨 거어든 나 불러주오."하며 노래를 부르곤 했다. 글쓰기와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지만, 외가에서 맏이였던 엄마는 제일여상을 졸업하고 일찌감치 삶의 터전으로 나갔다. 꿈을 포기했고, 가정과 생활의 굴레 속 답답함은 자연스레 노래로 나왔으리라. 자신의 몸을 악기 삼아 그렇게라도 풀고 싶은 인간의 마음은 고금과 동서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시 음악은 무엇이며,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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