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윤 대통령과 독재자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에 마련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국내 분향소 조문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오른쪽은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에 마련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국내 분향소 조문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오른쪽은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 연합뉴스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지지도가 급락했다. 일부 조사에서는 36.3%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SBS 의뢰, 넥스트리서치 조사, 2022년 7월 9~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10명 조사)

윤 대통령 지지도 하락이 고물가·고환율 등 위기 속에서 민생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데서 기인한다는 분석이 많다. 사실 두 달밖에 안 된 정부가 경제위기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인사 논란도 마찬가지다. 검찰 출신이 많다고 하지만, 그런 이유라면 '참여연대' 출신을 중용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는 설명이 안 된다.(2017년 5월 취임 직후 85% 이상, 2018년 6월 말까지 60% 후반~70%대 지지도) 윤 대통령 지지도 급락 원인은 무엇일까. 내용이 아니라 포장, 즉 태도에서 기인했다고 본다. 윤 대통령의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회견) 손가락질이 한 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왕(王)들은 독재자였다. 당대의 정치사상가 한비(韓非)는 자신의 저서 한비자(韓非子)에서 유세(遊說)의 어려움을 구구절절 읊었다. 정치사상가(유세가)들은 왕이 무엇을 바라는지, 말과 속내가 같은지, 자신이 설명하는 정책을 알아들을 그릇은 되는지, 지금 대화할 기분인지 아닌지 세심하게 살펴서 말을 꺼내야 했다. 한비는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은 왕의 마음에 드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왕의 마음에 들지 않거나 왕이 유세가를 신뢰하지 않으면 헛일이기 때문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국민은 춘추전국시대 왕 못지않은 독재자다. 한 개인이 아닌, 정치를 바라보는 유권자로서 국민은 온갖 편견과 아집으로 뭉쳐 있다. 귀 기울여 들으려 하지 않고, 애써서 진실을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작은 잘못이라도 트집 잡기를 좋아하고, 내용보다 겉모양으로 평가하는 경우는 너무나 흔하다.

윤 대통령은 포장이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고, 국민이 진심을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대통령은 자신이 춘추전국시대 유세가들과 같은 입장임을 잊어선 안 된다. 뜻을 펼치자면 먼저 독재자인 왕, 독재자인 국민 마음에 들어야 한다. 국민 다수가 대통령의 '진심'을 아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거나 영원히 모를 수 있다. 우리들 대다수는 이웃집 남자의 진심을 모른다. 말투와 걸음걸이, 옷맵시로 짐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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