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재개발이 추진되던 대구 방천시장 일대는 인적이 뜸했다. 가수 김광석이 방천시장 인근에서 태어났다는 걸 알게 됐다. 벽화 작업을 통해 '김광석 거리'를 만들었다. 김광석 거리와 시장 안 곳곳에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와 식당이 들어서고 오밀조밀한 볼거리가 생기면서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인디뮤지션을 위해 매년 대구독립음악제를 열고,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던 시골 할머니들에게 한글을 가르쳐 시집을 냈다. 2015년 '시가 뭐고'란 이름으로 출간된 이 시집은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다. 대구의 문화예술기획단체 '인디053' 이야기다.
◆15주년 맞은 대구 독립문화 산실
사단법인이자 사회적기업인 인디053은 지역 문화 생태계 구축과 관련된 일을 한다. 이름의 '인디'(indie)는 '독립'(independent)을 의미하고, '053'은 대구의 일반전화 지역번호이자 대구를 상징한다. 음악을 좋아했고 밴드 활동을 했던 이창원 인디053 대표가 2007년 만들었다.
이 대표는 "'동네 계모임'처럼 시작한 일이었지만, 아이디어가 현실화하는 것을 보며 자신감을 얻게 됐고 자연스레 직업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전방위 독립문화예술단체'란 슬로건처럼, 인디053의 활동 범위는 넓다. 공연기획과 축제기획, 전시기획, 공공문화프로젝트 운영, 문화예술정책 용역,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밴드 '극렬' 매니지먼트 등 대구경북 지역 문화예술 전반을 다룬다. 다만 인디음악 공연기획과 음반제작으로 출발했던 만큼 주력 사업은 음악이다. 이 대표 또한 음악 분야에 큰 애착을 갖고 있다.
대구독립음악제가 대표적이다.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인디뮤지션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거리공연을 지원하는 '스트릿 어택', 축제 형식의 '대구인디뮤직 페스티벌', 지역 인디음악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인디 컬쳐 포럼' 등을 진행한다. 2015년 처음 시작해 8년째 이어오고 있다. 올해 행사는 다음 달부터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2019년 대구 인디음악 역사를 정리해 선보인 '대구 인디뮤직 박람회'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1990년대부터 발매된 앨범과 공연티켓, 포스터 등 500여 점의 자료와 함께 400여 팀이 활동한 역사를 연대기별로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1년 뒤엔 '대구 인디음악 30년 생태계 보고서'란 책자도 발간했다.
신동우 인디053 기획사업팀장은 "20년을 훌쩍 넘긴 지역 인디음악 역사에 관한 제대로 된 아카이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늘 안타까웠다"며 "개개인의 기억에 머물고 있는 대구 인디음악의 역사를 모아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을 누군가 해야 한다면 저희가 해보자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기후 위기를 위한 작은 실천
인디053은 최근 공연장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이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무대 현장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70% 이상 줄여보자는 취지로 기획한 '청춘마이크 그린스테이지' 공연이다.
발전기 대신 태양광 패널과 축전장비를 활용하고, 버려진 목재 팔레트 등을 재활용해 무대를 꾸민다. 현수막‧리플렛 대신 QR코드를 활용해 온라인에서 아티스트와 공연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스태프들에게 플라스틱 물병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도록 하는 식이다. 공연예술인들은 공연을 통해 환경을 해치기도 하는 반면 기후변화의 최대 피해자라는 생각에서 기획한 사업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첫 공연은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3일까지 대구 동성로 옛 중앙파출소 일원 등에서 열렸다.
이 대표는 "미세먼지나 폭염, 전염병 등이 발생하면 행사는 취소되고, 결국 피해는 예술인에게 돌아온다"며 "이런 위기에 대해 예술인 스스로가 경각심 갖고 극복하려는 노력을 해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인디053은 이처럼 지역사회에 필요한 새로운 일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인디음악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게 목표입니다. 다만 이젠 정책이 놓친 부분, 기존 단체나 예술인들이 하지 않은 것 중에서 우리가 해야 하고 잘 하는 일을 찾는 게 인디053이 나아갈 방향인 것 같습니다." 이 대표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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