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페미니즘 미술단체인 '게릴라 걸스'는 장도미니크 앵그르의 '그랑 오달리스크'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의 머리에 고릴라 가면을 씌운 패러디 작품을 만들어 "여성은 벌거벗어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들어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소장하는 여성 미술가의 작품은 전체의 5%도 채 되지 않는데, 전체 소장품 중 85%는 여성의 누드를 그린 작품임을 통렬하게 꼬집은 것이다.
이처럼 이름 난 작품들을 모은 미술관과 교과서에는 왜 여성의 누드를 그린 그림이 많을까. 왜 미켈란젤로, 다빈치처럼 위대한 여성 미술가의 이름을 선뜻 떠올릴 수 없을까. 남성 노인은 기품 있게 그려지는 데 비해, 여성 노인은 왜 추악하게 그려질까.
이화여대에서 인기 교양 강의로 손꼽혔던 '여성과 미술'의 내용이 하나의 책 속에 담겼다. 대전시립미술관, 청주시립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 등에서 학예실장으로 굵직한 전시를 기획해왔으며 현재 수원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이윤희 교수가 쓴 책이다.
'여성의 눈으로 파헤치는 그림 속 불편한 진실'이라는 부제답게, 지은이는 역사적으로 미술 작품 속에서 여성이 표현되는 방식을 지적하며 교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불편함을 의문, 시선, 누드, 악녀, 혐오, 허용, 모성, 소녀, 노화, 위반 등 10개의 키워드로 압축했다.
특히 지은이는 현대의 여성 미술가들이 어떻게 역사적으로 이러한 불편함을 뛰어넘어 새로운 의미를 지닌 작품을 제작했는지까지 고루 다룬다. 역사적으로 늘 대상화돼왔던 여성의 모습을 현대 미술가들은 어떻게 표현했는지 직접 살펴볼 수 있다.
다시 돌아가서, 뛰어나다고 평가 받는 고전 미술작품, 심지어 성경의 내용을 그린 작품에서도 여성 누드가 일상적으로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 지은이는 미술의 역사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제작하는 이들 대부분이 남성이었기 때문이라고 짚는다.
남성의 누드상이 언제나 당당한 모습으로 제작된 반면 여성의 누드상은 대부분 옷을 걸친 채로 부끄러워하고 있는 모습으로 제작된 것도 이러한 내용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오거나 이미 익숙해져 간과해왔던 의문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다. 368쪽, 1만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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