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민권익위 중재에도…’ 포항 장기 수성사격장 주민 갈등 더욱 격화

주민들 ‘권익위 중재가 오히려 갈등 부추겨’
군 부대 훈련 중지 벌써 2년째

포항시 남구 장기면의 한 도로에 수성사격장 문제와 관련한 토론회 개최 안내 현수막과 토론회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함께 걸려 있다. 신동우 기자
포항시 남구 장기면의 한 도로에 수성사격장 문제와 관련한 토론회 개최 안내 현수막과 토론회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함께 걸려 있다. 신동우 기자

미군 아팟치헬기 사격훈련으로 촉발된 포항 수성사격장(포항시 남구 장기면) 문제를 둘러싸고 주민 간의 갈등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매일신문 지난 5월 3일 보도 등)

출향인사들이 포함된 장기발전연구회는 오는 16일 장기면다목적복지회관에서 '장기지역 발전을 위한 현안문제 대토론회'를 추진하고 있다.

이종길 동아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동해 남부 유일의 청정지역 장기면 발전 방안 모색'이란 주제발표와 함께 타 지역에서 사격장 이전 경험을 갖고 있는 주민 등을 초청해 수성사격장 문제를 중심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이다.

그러나 수성사격장 관련으로 집회를 이어오고 있던 수성사격장반대대책위원회는 "실제 장기면에 살지 않는 외부인들이 수성사격장 관련 합의문제에 간섭하려 한다"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반대위 측은 최근 장기면 곳곳에 '장기면 문제는 거소주소가 있는 장기주민이 해결한다', '장기면 실정도 잘 모르면서 장기면을 논하지마라' 등의 내용을 담은 현수막 수십장을 내걸고 이웃들에게도 '대토론회 참석에 거부하라'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반대위 관계자는 "주축을 이룬 출향인사들이 대부분 이강덕 포항시장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다. 포항시가 이들을 앞세워 애꿎은 주민들을 흔들려 하고 있다"면서 "장기면의 피해를 가지고 포항시가 보상금을 통해 자신들의 치적을 세우려 한다. 멀쩡히 잘 해결해나가고 있는데 굳이 이런 행사를 준비하는 저의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반면, 연구회 측은 권익위와 국방부가 훈련 재개를 위해 일부 주민들을 꾀어 의도적으로 갈등을 만들고 있다는 시각이다.

연구회 관계자는 "여러 의견을 수렴해서 향후 어떤 방향으로 힘을 모아야할지 정하자는 것인데 왜 들어보지도 않고 색안경을 끼는지 모르겠다. 이토록 주민들이 서로 못믿고 반목하게 만든 것에는 권익위의 탓이 제일 크다"면서 "권익위 중재 회의를 할 때 포항시 담당자는 물론,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주민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주민들을 사분오열시켜 결국 정부 차원에서 원하는 바를 이루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수성사격장은 지난 2019년 4월 주민 사전 협의 없이 경기 포천시에서 시행되던 주한미군 아팟치헬기 사격훈련이 옮겨 오며 갈등이 촉발됐고, 지난 2021년 2월부터 국민권익위의 분쟁 조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

주민 반발에 따라 해병대 등 군 당국에서는 지난 2020년 11월 이후부터 약 20개월 간 소구경 화기를 제외한 전차 등 포 사격 훈련을 중단했다. 현재 수성사격장은 주로 해병대 제1사단, 해병대교육훈련단, 해병대군수단 등이 사용 중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지난 연말부터 수차례 주민설명회를 열어 여러가지 오해와 유언비어에 대해 설명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답답하다"면서 "대한민국 국방에도, 주민에게도 도움이 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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