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남루한 대구시 겉치레 문화

김종윤 시조시인

김종윤 시조시인
김종윤 시조시인

문화의 소중함을 강조했던 백범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에 이런 대목이 있다. "불교나 기독교, 또는 유교의 나라가 더 좋다고 하더라도 나는 조국을 버리고는 가지 않겠다. 그리고 내가 무한히 갖고 싶은 것은 문화"라고 했다. 사전적 '문화'는 '자연을 이용하여 인류의 이상을 실현시켜 나아가는 정신활동'이고, '세상이 깨어 살기 좋아짐'을 일컫는다. 뭉뚱그려 좋든 싫든 우리들의 살아가는 모습도 문화다.

이제 우리는 문화강국이 됐다. K팝, 방탄소년단 등 한류 열풍과 함께 올해 칸 영화제에서도 그 반열에 등극했다. 한 편만 초청받아도 가슴 벅찼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영화제 기간 내내 한국 영화가 빠지는 날이 없었고, 이런 열기는 남우주연상(송광호)과 감독상(박찬욱) 동시 수상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충격적인 말 끝에 "정치는 4류"라 했던 이건희 회장의 일갈은 27년 전 일이다. 최근 이재용 삼성 부회장 입에서도 "목숨 걸고"란 말이 나왔다. 지난주 '450조 원 투자' 계획을 내놓은 그는 기자 질문에 "숫자는 모르겠고 그냥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복잡한 변수로 가득한 미래 앞에서 기업인은 오로지 직관에 의존해 불확실성의 정글을 헤쳐 가야 한다. 이런 심각함과 달리 한국 정치나 공직자들은 열외였다. 아직 4류다.

한 사례로 필자가 사는 아파트 경우, 불법 철거 '경사로' 복구 민원마저 달서구청은 "사업자 및 이해당사자 간 해결할 문제"라며 30여 년 뒷짐만 진 채 늑장 행정이다.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했다. 윤석열 정부의 '수출 규제 혁파'나 '발상의 전환' 촉구도 이런 '늑장 행정'에 기인했으리라.

특히 1965년 창립한 '영남시조문학회'(洛江同人·낙강동인)는 이호우, 이영도(부산)와 함께 대구를 중심으로 해서 영남 전역을 아우른 시조 산맥의 큰 봉우리였다. 국어 국정교과서에까지 소개되기도 했다. 이런 회명까지 '대구'라는 이름의 문학 단체만 대구시 지원금을 받을 수 있고, 그 지원금으로 '대구시조문학상'까지 제정한다는 잇속(시민 혈세) 챙기기로 '대구시조시인협회'로 개명했다. 마치 살모사(殺母蛇) 같은 반문학적 행위였다.

찰스 다윈은 "무지는 지식보다 더 확신을 갖게 한다"고 했다. 시쳇말로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뜻이다. 반지성은 폭력이고, 무지성은 야만이다. 균형감 있는 사고로 상식적 소통과 합리로 하고자 하는 것에 반하는 역(逆)문화 행위였다. 이런 근거나 주장이 사실이라면 시 문화 인식 또한 지탄받을 문맹 수준이다.

오래 전이다. 전국체전기념호 '대구문학' 축사란의 시장 사진만을 컬러로 해야 한다는 대구시 문화계장의 말은 곧 파문을 낳기도 했다. 발행 후 모 신문 문화 면에 '시장만 색을 썼다'라는 가십 기사였다. 마치 시대 착각의 '사또 문화'처럼.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고 말한 건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였다.

이 지역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영남시조문학회'(洛江同人)를 '대구시조시인협회'로 마치 일제강점기 창씨개명과 같이 바꾼 것도 '대구'라는 이름을 앞세운 '남루한 대구시 겉치레 문화'였다. 이래도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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