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에 몸을 실었다. 모처럼 대구를 벗어나는 일은 갇혀있던 새장 안에서 세상 밖으로 나가는 느낌마저 주어 들뜬 마음으로 창에 몸과 마음까지 바짝 붙인다. 창의 풍경은 금방 높은 산의 중턱을 보여주거나 터널을 지나 도시에 이른다. 새벽기차에 올라서 겨우 도착한 장소는 어린이 민화공모전을 심사하는 곳이었다. 보령시와 민화학교가 함께 공모전을 마련하였다.
전국 각지에서 출품된 민화작품들을 심사하면서 어린이들이 바라본 민화의 세계를 만날 수 있었다. 이 시대 어린이들에게 민화는 어떤 의미일까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민화는 이미 문화콘텐츠로써 중요하게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역사성과 현재성, 미래적 가치 측면에서 한국적 정서와 세계관과 예술성은 이미 세계적으로 입증되었다. 최근 유럽과 미국 등지의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민화를 주제로 한 전시가 현지에서 놀라운 반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 민화 콘텐츠의 가능성은 한 알의 씨앗이 숲을 이룰 만큼 강력하다. 그래서 이미 많은 민화인이 민화를 문화산업의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분명 민화는 한류 문화산업의 뿌리를 튼튼히 가지고 있는 콘텐츠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어서는 안 된다. 좋은 재료일수록 훌륭한 요리법이 필요한 법이다. 어린이들에게 맞는 민화 교육이 있어야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린이 민화교육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작가의 작품 활동과 교육자의 교육 활동은 엄연히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섬세한 교육과정 연구와 그것에 맞는 재료의 공급, 그리고 전문 교육자의 양성을 통해 민화가 어린이들의 정신적 자양분으로서 가치를 더해야 할 것이다.
민화의 특징 중 하나는 '어린이들과의 친화성'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민화는 어떤 유산보다도 가깝게 전통을 느끼고 그것을 통해 치유와 소통의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이번 공모전에 출품된 많은 작품을 통해서도 민화의 지평이 어린이들에 의해 넓어지고 그 외연이 확장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느꼈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의원상을 받은 저학년부 작품 '꽃 내음에 놀란 호랑이'라는 작품은 모란꽃을 바라보면서 그 향기에 놀란 호랑이 표정을 담은 것이었다. 민화를 만나서 깜짝 놀란 어린이의 마음이 단번에 느껴졌다. 그 때문에 모든 심사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고학년부 국회의원상을 받은 '호랑도, 산군, 길에서 마주치다'는 서사적인 긴 제목의 작품이었는데, 호랑이(山君)는 마치 우리나라처럼 표현되었고 그 호랑이를 마주한 모습이다. 어린이의 뒷모습에서 한국인의 당당한 기상과 마주한 자긍심이 넘치는 것이 읽혔다.
마음이 바빠졌다. 민화 교육의 전문성을 가질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일에 서둘러야겠다. 더 많은 아이가 민화를 통해 저 호랑이처럼 당당한 한국인의 기상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민화의 이야기를 통해 올바른 배려와 수용의 가치를 배우며 마침내는 한국인의 한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 수 있도록 씨앗을 뿌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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