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소통과 격리의 아찔한 줄타기

장성현 사회부 차장
장성현 사회부 차장

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하기 전인 지난달 15일. 기자들 사이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홍 시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구시의 외부 영입 인사에 관한 소식을 공유한 덕분이었다. 홍 시장은 정무직인 경제부시장과 별정직인 신공항추진단장을 각각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에서 파견받기로 했다고 알렸다.

역대 대구시장 가운데 페이스북으로 조직 인사 진행 상황을 밝힌 이는 없었다. 대개 중앙 부처든, 지방정부든 공식 발표는 보도 자료를 내거나 기자 브리핑을 통해 공개한다. 물론 지자체장이 대략적인 상황을 공개하더라도, 해당 부서가 관련 내용을 문서로 정리해 추가 공개하는 게 일반적이다. 기존 관행을 페이스북 메시지로 단박에 뒤엎은 셈이다. 이후에도 홍 시장은 민선 8기 시정 방향과 외부 인사 영입 상황, 중앙 정치에 대한 제언, 정책 논쟁까지 다양한 주제를 적극적으로 SNS에 공유하고 있다.

홍 시장은 6·1 지방선거가 치러진 날 둘째 아들과 함께 어머니 산소를 방문한 글 이후 모두 42개의 게시물을 공유했다. 주말을 제외하면 하루에 1, 2개의 게시물을 꾸준히 올린 셈이다. 이 중 정치권을 향한 의견 제시가 11개, 개인적인 소회가 5개였다. 대구시정과 관련된 내용이 26개로 가장 많았다.

홍 시장은 "시대가 변했다"고 했다. "예전에는 기자실에 가서 정식 브리핑을 해야 되잖아요. 서로 바쁜데 그럴 거 뭐 있어요. 페이스북에 쓰면 서로 신속하게 소통하고 좋은 거지." 홍 시장에게 SNS는 시민과 소통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가만히 있으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거든. 그런데 거기에 한 번 써 버리면 그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잖아요. 페이스북 정치라는 건 가장 정직하고 솔직한 소통 방식이죠."

이런 자신감의 배경에는 그를 향한 팬덤이 있다. 홍 시장은 전국 지자체장 중에서 가장 압도적인 '인플루언서'다. 홍 시장의 페이스북 팔로워는 12만4천 명, 인스타그램 팔로워도 5만8천 명이나 된다. 유튜브 채널인 'TV홍카콜라'의 구독자도 56만3천 명에 이른다. 인구 1천만 명의 서울시를 이끄는 오세훈 시장의 페이스북 팔로워는 4만9천 명으로 홍 시장의 절반도 안 된다. 유튜브 채널인 '오세훈TV'의 구독자도 15만9천 명으로 홍 시장에 밀린다.

홍 시장이 직접 질문에 답변을 달아 주는 웹사이트 '청년의꿈'은 1억 뷰를 훌쩍 넘었다. 그는 비서실을 통해 매 시간마다 온라인에 게재되는 자신과 관련된 기사들을 확인한다. 자신과 관련된 여론의 동향과 이슈를 놓치지 않으며 정치적 감각을 벼리는 셈이다.

대다수 정치인들이나 선출직 공무원들에게 SNS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초대형 스피커'다. 수백여 개의 '좋아요'를 받은 글들은 실시간으로 언론에 보도된다.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는 소통의 수단으로 SNS를 활용한다면 자신의 정치적 행위에 대한 비판과 제언도 감내해야 한다.

그러나 상당수 정치인들의 SNS에는 '반대'가 없다. 압도적인 '좋아요'와 극찬에 비난이나 지적은 금세 묻혀 버린다. 소통의 창구가 '확증편향'을 강화하는 견고한 성곽으로 돌변할 위험이 늘 존재하는 셈이다. 강력한 지지 세력이 힘이 되는 정치와 달리, 행정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와 갈등에 부닥치며 끊임없이 설득하는 '번거로운' 과정이 필요하다.

전국구 거물 정치인으로 역대 대구시장 중 최고의 인지도를 갖고 있는 홍준표 시장. 그를 SNS뿐만 아니라 첨예한 갈등의 현장에서도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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