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K-2 군 공항 후적지 개발 소식으로 인근 마을이 투기판으로 전락하고 있다. 개발에 따른 시세 차익을 기대한 외지인들이 몰리면서 방치된 빈집도 늘고 있다.
지난 11일 찾은 대구 동구 검사동 일대. K-2 군 공항 담벼락과 가까운 이 동네에는 빈집들이 많았다. 대문을 두드리고 주민들에게 수소문한 결과 약 30채 주택 가운데 14채 정도가 빈집이었다.
주민들은 군 공항 이전이 공식화된 지난 2016년부터 투기 바람이 일기 시작하더니, 주변에 빈집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50년째 주민인 A(70대) 씨도 "4~5년 전부터 동네에서 얼굴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이 찾아와 사겠다고 했다"며 "옆집도 외지인이 구매하고 남겨진 빈집이었는데, 하루는 우리 집도 팔아줄 수 없겠냐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A씨가 가리킨 옆집은 한눈에 봐도 인기척이 없는 빈집이었다. 이 집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지난 2017년 B(50대) 씨가 7천900여만원을 들여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이듬해 4월에도 10m 정도 떨어진 집을 추가로 구매하기도 했다.
같은 방법으로 이 일대 빈집 14곳의 소유주를 확인하니, B씨가 구매한 2곳을 제외하고 추가로 3곳에서 특이한 정황이 나왔다. 두 집은 2년 전 서울 거주자가 구매했고, 또 다른 한 집은 3년 전 비교적 젊은 30대가 매매 후 방치해 놓은 상태였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군 공항 이전이 발표됐을 무렵부터 외지인의 수요가 많았다"며 "3.3㎡당 200~300만원 수준이었던 집들이 현재는 2배 정도 올랐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윤석준 동구청장이 군 공항 후적지를 각각 상업과 교육 도시로 구상한다고 밝힌 만큼 향후 이 일대 투기 수요는 더욱 많아질 거라 내다봤다.
또 다른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후적지가 개발되면 바로 앞에 있는 낡은 주택들은 금싸라기 땅이 된다"며 "민영개발사가 아파트로 만드는 등 누가 됐건 개발은 뒤따라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기 후 방치되는 빈집들은 주민들에게 골칫거리다. A씨 등 주민들은 "빈집에서 나오는 벌레부터 악취 등으로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
신민식 대구과학대 금융부동산과 교수는 "광역시급에선 투기 목적으로 방치된 빈집들이 일부 있다. 나대지로 두면 세금이 더 나오기 때문에 빈집을 철거하지 않는다. 일부러 돈을 들여 철거하려는 이들도 없다"며 "아무리 투기 목적이라도 사유재산권이기 때문에 공공에서 개입하는 게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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