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모(28·대구) 씨는 지난해 1금융권인 5대 시중은행 중 한 곳에서 생애 첫 신용대출로 2천만원을 빌려 투자를 시작한 이른바 '빚투'(빚으로 투자) 청년이다.
그는 "주식을 안 하면 '벼락 거지' 된다"는 지인의 말에 직장 생활하며 모은 500만원으로 국내·미국 대표 기업 주식을 샀는데 7일 만에 10% 이상 수익률을 보자 빚투를 결심했다.
지난해 증시가 고공 행진하자 은행에서 가능한 한도까지 신용대출을 받은 후 증권사 주식담보대출로도 돈을 빌려 투자에 나섰다. 결국 빚으로 투자한 금액이 6천만원에 이르렀다. '증시는 반드시 상승할 것'이라는 믿음이 이런 투자를 가능케했다.
하지만 올 들어 물가 상승에 세계 각국이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긴축 행보를 보이자 주식시장은 고꾸라졌다. 박 씨의 수익률도 -60%까지 떨어졌다.
박 씨는 "반대매매(주식, 선물, 옵션 등을 미수나 신용거래 후 과도한 하락이 발생했을 때 증권사가 고객 동의 없이 임의로 처분하는 것) 가능성이 커진 탓에 급하게 카드론을 통해 700만원을 당겨썼다"며 "증시가 2%만 더 떨어져도 추가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선택지는 2금융권 이하만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20대, 2금융 대출 가파른 상승
몇 년 사이 '빚투',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등의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사회 전반에 대출이 늘어난 암울한 흐름이 20대 청년층을 덮쳤다.
지난해 은행권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된 데다 이들이 위 연령대와 비교해 소득과 금융거래 이력이 적은 탓에 비교적 대출이 덜 까다로운 2금융권에서 대출 총액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이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인 만큼 빚 부담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예도 많았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14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업권별 가계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 연말 만 29세 이하 청년층의 2금융권 가계대출 총액은 26조5천587억원으로 2020년 말(22조6천74억원)과 비교해 17.5%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은행권 가계대출 총액이 11.2%(61조7천178억원→68조 6천541억원) 늘었던 점을 고려하면 증가세가 가파르다.
20대 청년의 2금융권 대출 증가세는 올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20대의 은행권 대출 총액은 3월 말 기준으로 작년 말 대비 0.6% 감소(68조6천541억원→68조2천349억원)한 반면 2금융권 대출 총액은 1.0% 증가(26조5천587억원→26조8천316억원)했다.
불어나는 채무 규모만큼 20대 개인회생 신청자 수도 함께 늘었다.
진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개인회생 신청자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1∼5월 중 접수된 20대 개인회생 신청자 수는 모두 5천241명이다. 월평균 1천48명이 개인회생을 신청한 셈이다. 지난해 월평균 신청자 수(992명)를 웃도는 규모다. 20대 개인회생 신청자 수는 연도별로 봐도 지난해 1만1천907명, 2020년 1만1천108명, 2019년 1만307명 등으로 증가세가 뚜렷하다.
20대 채무조정 확정자도 늘고 있다.
진 의원이 신용회복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대 채무조정 확정자는 지난해 1만3천78명이었는데 2019년 1만1천87명, 2020년 1만2천780명 등 해를 거듭할수록 많아졌다.
◆"정책자금과 신용보증재단 활용을"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래 경제 주역인 20대가 과도한 빚 부담으로 사회 진입 때부터 고립되지 않도록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극심한 취업난에 직장을 갖는다고 해도 월급으로는 집 한 칸 가질 수 없다는 불안감에 20대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며 목돈 마련을 위해 빚투에 몰린 게 사실"이라며 "최근 들어서 대출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가상자산·주식시장 폭락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예가 드물지 않다. 문제는 정치·경제적 '소수자' 입장인 20대를 위한 공적 채무조정이나 금융 상담 등 금융정책이 취약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창업을 위해 금융권에 문을 두드려야 하는 20대 청년이라면 청년 창업대출 등 정책자금을 활용하고, 업체 운영 자금 문제라면 2금융권에 손을 벌리기보다 지역별 신용보증재단 등을 통하는 것이 좋다"면서 "정부가 9월쯤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통해 2금융권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할 방침인 터라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20대 개인사업자와 소상공인은 고통을 덜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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