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변호사 사무실 화재 참사, 이번에도 비상구가 문제였다

대구경찰청은 지난달 9일 발생한 범어동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건물 관리책임자 5명을 소방시설법 및 건축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평소 비상계단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었다.

건물주 등은 비상계단 등 피난시설 관리 부족으로 짧은 시간에 40명이 넘는 부상자를 발생시킨 혐의를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시 비상구로 통하는 통로가 개방되지 않았고, 유도등 역시 식별하기 어려웠다. 비상구로 통하는 복도에 임시 벽을 두고 변호사 사무실로 활용한 탓에 피해자 중 상당수가 비상구 위치를 모르고 있었다. 경찰은 피해자 일부가 비상계단을 통해 1층으로 내려와 탈출을 시도했으나 외부로 통하는 비상구가 잠겨 있어 탈출하지 못한 사실도 확인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17년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가장 큰 원인으로 비상구 폐쇄가 꼽힌다. 백화점, 마트, 터미널 등 다중이용시설에는 화재나 지진과 같은 갑작스러운 사고가 일어날 때를 대비한 대피 비상구가 설치돼 있다. 화재로 인한 사망은 연기에 의한 질식사가 대부분이다. 여전히 화재 현장에는 비상구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인명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수많은 화재가 발생하고 있지만 안전불감증은 여전히 만연해 있다.

우리 모두 비상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아야 한다. 건물주뿐만 아니라 이용자도 예외가 아니다. 언제 닥칠지 모를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 만일 비상구 폐쇄 등의 불법행위를 목격했다면 소방서에 신고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비상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행법은 비상구를 막아두는 행위를 단순 과태료 사안으로 규정하고 있다. 피난시설에 대한 형벌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에서 비상구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자신을 지켜 주는 '생명의 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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