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김천고등학교
개교: 1931년 5월 9일
설립 형태: 사립(자율형사립고)
교훈: 깨끗하게 부지런하게
주요 배출 동문: 이철우 경북도지사, 정희용 국회의원, 김상근 대화C&F 대표이사(송설당교육재단 이사장)
소재지: 경북 김천시 송설로 90
'눈 감으면 코 베어간다'는 만만찮은 도시, 서울에서 '송설'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경북 대표 사학 김천고 졸업생들의 얘기다. 송설이란 민족 암흑기였던 일제 강점기 전 재산을 들여 김천고 전신 김천고등보통학교를 설립(1931년)한 최송설당 여사의 이름에서 따왔다.
강동규 재경 송설(김천고)총동창회 사무총장(송설 48회)은 "송설이란 단어는 낯선 도시에서 고향의 따스함을 느끼게 해주는 핵심 키워드"라면서 "모임에서 본인의 졸업 횟수를 말할 땐 '송설 00회'라고 소개하는 게 전통"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제가 고교로는 32회 졸업이지만, 김천고보 개교 시기를 기준으로 하는 송설 횟수로 48회"라면서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졸업생을 배출하지 못하거나, 중·고교 과정이 병합, 운영되기도 해 10여 년 전부터 송설 횟수로 통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 사무총장은 "송설당 할머니가 미혼으로 돌아가셔서 교주도 따로 없는 셈"이라며 "동문들 중 명망가가 재단이사장을 맡으니 사학재단의 고질적인 병폐인 비리도 존재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천고 동문들이 졸업 횟수를 소개하는 숫자 하나에 90여 년간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한 모교의 역사와 자부심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이는 타향살이의 어려움도 꿋꿋이 이겨내는 원동력이 됐다. 특히 송설당 여사의 "잘 교육받은 한 사람이 나라를 바로잡고, 동양을 편안하게 할 수 있다"는 유훈은 수많은 인재를 배출하는 근원이기도 했다.
지역에선 이철우 경북도지사(송설 38회)가 대표적 인물로, 재선에 성공해 고향 김천은 물론 경북 발전을 위해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서울에서는 송석환 동진기업 회장(송설당교육재단 전 이사장·송설 26회), 정석수 전 현대모비스 부회장(33회), 이정화 전 삼성SDI 부사장(34회), 김상근 대화C&F 대표이사(송설당교육재단 이사장·36회), 정재호 엄지하우스 대표이사(36회), 김윤원 이뮨메드 이사회 의장(38회), 김홍근 비젠트로 대표이사(재경 송설동창회장·40회), 서병기 IBK투자증권 대표이사(44회), 문도 신일피엔에스 대표이사(50회) 등이 각자의 자리에서 멋진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40대 초선 국회의원으로 활발한 의정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정희용 의원(59회) 역시 김천고 출신이다.
재경 동문들은 김홍근 회장 아래 수석부회장과 실무부회장, 사무총장을 비롯해 행정운영국, 조직지원국, 대외협력국 등 만만찮은 사무국 조직(?)을 꾸려놓고 연간 주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매출액 전액을 장학사업에 활용하는 이타제면소(식당), 이타당구장 등도 재경 송설총동창회 동문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차별화된 시도 중 하나다.
주요 행사로는 ▷정기총회·신년회 ▷재경송설산악회 시산제 ▷대학생 연합회 ▷한마음등반대회 ▷동문골프대회 ▷한마음 축제 ▷2, 3차례의 이사회 등이 꼽힌다.
매년 1월 개최되는 신년회는 호텔 공간을 빌려 진행하고 정·재계, 관계 등 재경 동문 300~400여 명이 모이는 가장 큰 행사다. 3월 진행되는 대학생 연합회는 서울지역 대학교에 입학한 후배들과 식사하며 소통하는 자리이다. 개별 행사들은 사무국이 주관하기도 하지만 기수별로 책임을 나눠 치르며 서로의 끈끈한 정을 수시로 나누도록 유도하고 있다.
신년회에서는 2011년부터 시작된 자랑스러운 송설인상 시상도 이뤄진다. 동창회 기여자 위주로 기수별 대상자를 추천한 뒤 회장단이 엄격한 심사를 거쳐 해마다 3명 내외로 선정한다.
그간 이홍기 전 육군대장(36회), 정만섭 전 IBK저축은행 대표이사(39회), 박윤해 전 대구지검장(법무법인 백송 대표변호사·47회), 강중구 일산차병원 병원장(42회) 등 쟁쟁한 졸업생들이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2020년부터 코로나19가 확산해 여타 다른 조직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모임·행사가 중단됐다. 강동규 사무총장은 "지난 2년여간의 시간은 재경 동문 전체를 한 번에 볼 자리가 없어 힘든 세월이었다"면서 "올해 들어 거리두기가 완화돼 지난 봄(5월) 골프대회를 열고 겨우겨우 모임을 재개할 수 있었다"고 했다.
올봄 골프대회엔 코로나19 확산 이전 시절보단 적었지만 45개 팀이 꾸려지는 등 적잖은 동문들의 호응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올해 추가로 예정된 공식 행사는 없는 여건이다. 대신 서울 곳곳에 지역·분야별로 꾸려진 소모임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꾸준한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재경송설동창회에는 경영인 모임 송경회, 금융인 모임 금송회, 송설IT모임, 제약·약사 중심 송약회, 테헤란로 일대 송삼회 등 10여 개의 소모임이 조직돼 있다.
특히 여의도 일대 동문 모임인 '여송회'는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수년간 회장으로 있으면서 화합을 주도했다고 한다.
강 사무총장은 "이철우 선배님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뒤 여송회가 눈에 띄에 성장했다는 것은 여러 동문들의 일치된 생각"이라며 "지금은 도지사로 떠났지만 여전히 수시로 연락하고 안부를 물으며 지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창시절을 떠올리면 최송설당 여사 기일마다 열린 기제행사가 있었는데, 다른 학교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추억이었다. 또 12월 겨울 열리는 내한마라톤 대회도 일제 강점기부터 체력과 의지를 길러주기 위한 행사로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따뜻한 5월, 모교 운동장에 동문·가족, 내빈 등 수천 명이 모여 1박2일 동안 벌이는 기별축구대회 및 가족한마당도 매우 큰 행사인데, 어서 재개돼 타향살이의 회포도 풀고, 마음 속 추억 하나씩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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