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재정 혁신, 부채 확 줄이겠다는 대구시에 주목한다

홍준표 시장 체제를 맞은 대구시가 재정 혁신을 공언했다. 올해 5천억 원을 줄이는 것을 필두로 임기 내에 모두 1조5천억 원의 채무를 감축, 현재 19.4%인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을 한 자릿수까지 낮추겠다는 것이다. 지자체들이 선심성 정책에 매몰돼 재정 확대에 혈안인 세태에서 스스로 재정 허리띠를 졸라매겠다고 나선 대구시의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

현재 대구시의 총부채는 2조3천704억 원으로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19.4%다. 20%대인 서울시에 이어 전국의 특별·광역시 가운데 두 번째로 높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응과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보상 여파로 최근 2년간 부채가 급격히 증가한 탓이라고 한다. 부채가 많으면 쓸 돈이 부족해진다. 고금리 여파로 대구시가 매년 갚아야 하는 이자만 400억 원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로 세수 늘리기도 어렵다. 대구시의 재정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홍 시장은 4년 안에 대구시 채무 비율을 국내 특별·광역시 중 최저 수준까지 낮추겠다고 밝혔다. 기금·특별회계 가운데 상당수를 폐지하고 유휴·미활용 공유재산을 매각하며 선심성·관행적 지출을 없애거나 줄여 대구시의 빚을 갚는 데 쓰겠다고 했다. 홍 시장은 경남도지사 재임 시절 3년 6개월 만에 경남도 '채무 제로'를 달성한 바 있다. 대구시 재정에 대한 강도 높은 혁신은 당시 경험과 자신감의 발로라고 해석된다.

미래 세대에 빚을 떠넘기지 않는 것은 현 세대의 도리이자 의무다. 앞으로 대구시는 공언한 대로 전국 지자체 가운데 가장 튼실한 재정 기반을 다지기 바란다. 하지만 재정 긴축을 하더라도 써야 할 곳에는 써야 한다. 목표치만 획일적으로 강조하다 보면 대구의 미래와 사회적 취약계층 지원 등 꼭 필요한 곳조차 재정이 못 미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과단성 있되 섬세한 계획 수립 및 이행을 당부한다.

대구시는 이참에 산하 공기업도 들여다보기 바란다. 시 산하 공기업들의 부채 문제가 어쩌면 더 심각할 수 있다. 대구시 산하 7개 공기업들의 부채 총액은 2021년 기준 2조1천154억 원으로 시 부채와 맞먹는다. 2017년 대비 거의 2배나 폭증하면서 돈 벌어 이자 갚기에 급급한 곳도 있다. 이대로 놔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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