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기업하기 좋은 환경과 거리가 먼 한국의 현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지난달 발표한 기업효율성 평가 분야에서 한국은 33위를 기록, 지난해 27위보다 순위가 떨어졌다. 이는 기업인들이 체감하는 경영 환경이 이전보다 나빠졌음을 뜻한다. 기업가정신 평가에서 한국이 63개국 중 50위로 거의 꼴찌를 나타낸 것 역시 기업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또한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35위로 바닥권을 헤매고 있다.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파업 사태는 우리 기업의 열악한 경영 환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2일 전면 파업에 들어간 대우조선 하청업체 노동조합의 독(선박 건조 공간) 점거로 지금까지 5천700억 원의 누적 손실이 발생했고, 작업이 중단되면서 7개 협력업체가 폐업했다. 120여 명의 파업으로 대우조선과 협력사 직원 10만여 명, 이들 가족까지 포함하면 수십만 명의 생계가 심각한 위협에 처했다. 대우조선 임직원과 가족은 물론 거제 시민들까지 나서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인간 띠 잇기' 행사까지 가졌다.

급기야 정부가 대우조선 하청업체의 파업과 점거 농성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중단을 촉구하는 대국민 담화문까지 발표했다. 정부가 개별 기업 노사 문제에 메시지를 낸 것은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워낙 막대하기 때문이다. 노사 갈등에 대해선 당사자 간 대화와 타협이 우선돼야 하지만 불법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부가 분명히 밝힌 것이다.

현대차가 29년 만에 새 공장을 국내에 짓기로 한 것 역시 기업의 경영 환경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대차가 그동안 해외에서만 생산 설비를 늘린 이유는 국내 공장의 낮은 생산성, 고임금 탓이기도 하지만 강성 노조의 영향도 적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생산 라인을 만들거나 바꿀 때에도 일일이 노조 동의를 받아야 했다. 파업도 노동자들의 권리라는 점에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한다. 하지만 불법 파업으로 천문학적인 피해를 낳고, 회사가 존폐 기로에 서도록 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대우조선과 현대차 사례는 윤석열 정부가 노동 개혁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적극 행동에 나설 것을 명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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