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지현 "인하대 사건은 사회적 죽음…정치인·대통령·법원·언론 모두 공범"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당대표 경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당대표 경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른바 '인하대 여대생 사망 사건'에 대해 "가해자를 감싸기 바쁜 정치인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대통령, 성착취 중범죄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법원이 이 사건의 공범"이라고 16일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도대체 대한민국에 여성이 안전한 공간이 있긴 한 건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공동체가 여성을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사회적 합의는 하고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해당 사건을 거론하며 "정말 참담하다. 학문과 지성이 넘쳐야할 대학교 안에서 발생한 상상조차하기 힘든 비극"이라며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가해자에게 법이 허용하는 최고의 처벌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위원장은 언론을 또 다른 공범이라고 지목하면서 "비극적인 죽음을 당한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유사 성범죄를 막는데는 관심조차 없다"며 "누가 더 자극적으로 보도하는가 경쟁이라도 하듯, 선정적인 단어들을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도에서) 피해자를 '여대생'으로, 가해자를 '동급생'으로 표현한 것도 문제다. 피해자는 피해자일 뿐"이라면서 "이런 보도행태는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실제 이런 보도를 본 일부 몰지각한 네티즌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피해자에 대한 모욕과 혐오 발언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반복되는 참담한 비극을 막으려면 입법부는 제대로 된 법을 만들고, 행정부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만들고, 사법부는 가장 엄중하게 처벌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전 위원장은 "피해자의 죽음은 이 모든 것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발생한 사회적 죽음"이라면서 "정치인과 대통령과 판사가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리고 언론이 선정적인 보도로 뉴스장사나 하려는 잘못된 태도를 버리지 않는다면, 이런 비극은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음은 박지현 전 위원장 페이스북 글 전문.

<피해자의 비극적 죽음 앞에 우리는 모두 공범입니다.>
한 대학교에서 대학생이 남성 동급생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추락해서 사망하는 일이 터졌습니다. 안타깝고 비통한 마음으로 피해자의 명복을 빕니다.
정말 참담합니다. 학문과 지성이 넘쳐야할 대학교 안에서 발생한 상상조차하기 힘든 비극입니다.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가해자에게 법이 허용하는 최고의 처벌을 해야 할 것입니다.
도대체 대한민국에 여성이 안전한 공간이 있기는 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연 우리 공동체가 여성을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사회적 합의는 하고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 듭니다.
성폭력과 성희롱 사건이 발생해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감싸기 바쁜 정치인들, 구조적 성차별은 없고 여성가족부도 폐지해야 한다는 대통령, 성착취물을 수십만건이나 유통한 중범죄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법원, 모두 이 사건의 공범입니다.
공범은 또 있습니다. 언론입니다. 비극적인 죽음을 당한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유사한 성범죄를 막는데는 관심조차 없습니다. 누가 더 자극적으로 보도하는가 경쟁이라도 하듯, 선정적인 단어들을 남발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는 '여대생'으로, 가해자를 '동급생'으로 표현한 것도 문제입니다. 피해자는 피해자일 뿐입니다. 피해자가 오롯이 '피해자'가 아닌 '여대생'으로 호명되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보도행태는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합니다. 실제 이런 보도를 본 일부 몰지각한 네티즌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피해자에 대한 모욕과 혐오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인권이나 보도윤리는 모두 팽개친 보도를 멈추어야 합니다. 이런 보도가 피해자의 인권보호에 맞는지, 성폭력 근절이라는 정의를 이루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되돌아 보시기 바랍니다. 비극적인 일로 자식을 잃은 유족분들 가슴이 얼마나 찢어질지도 깊이 한번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반복되는 참담한 비극을 막으려면 입법부는 제대로 된 법을 만들고, 행정부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만들고, 사법부는 가장 엄중하게 처벌을 해야 합니다.
피해자의 죽음은 이 모든 것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발생한 사회적 죽음입니다. 정치인과 대통령과 판사가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리고 언론이 선정적인 보도로 뉴스장사나 하려는 잘못된 태도를 버리지 않는다면, 이런 비극은 계속해서 반복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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