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를 보관하는 경북 지역농협 대부분의 양곡창고가 재고로 넘치고 있다.
17일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신포항농협 보관창고의 묵직한 철문을 열자 벼를 담은 1t짜리 톤백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이 농협은 지난해 가을 수매한 벼 5천200톤(조곡 40㎏들이 13만여 가마)을 그대로 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중이다. 쌀이 팔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보관창고 관계자는 "50년이 넘은 낡은 창고에서 벼를 제대로 보관하려다 보니 습도 조절 등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비용이 들고 있다"고 귀뜸했다. 또 "지난해 가을에 수매해 9개월째 보관 중인데 다음 달이면 쌀벌레가 생겨날 시기라서 걱정이 태산"이라고 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쌀 소비가 제대로 안되다보니 쌀값이 계속 떨어지고,
중간상인들은 추가 하락을 기대하며 지역농협에서 쌀을 매입하지 않는 등 산지 물량 적체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경북 최대 규모의 미곡종합처리장(RPC)을 운영하는 예천군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은 6월 중순 기준으로 벼 재고 물량이 1만1천t에 달한다. 지난해에 견줘 6천t 많고, 평년보다 4천t 많은 물량이다. 이미 물량적체가 한계에 달해 있는데 물량이 더 늘면 최악의 상황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에 경북의 지역농협마다 지난해 매입한 벼를 처리하지 못해 비상이 걸렸다.
경북 지역 미곡종합처리장(RPC)과 건조저장시설(DSC) 등 보관창고마다 팔 곳을 찾지 못해 나락이 쌓이고 있는 것. 이러면서 지역농협마다 손실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가을 매입한 벼를 한 낟알도 팔지 못한 농협도 있다. 햅쌀 수확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올 가을 벼 수매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오호태 대구경북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운영협의회장은 "지난해 40㎏들이 한포대당 평균 6만5천원에 벼를 매입했는데 1만4천원의 손해를 보더라도 5만1천원에 팔려고 해도 사려는 곳이 없다"며 "2개월 후인 9월이면 햅쌀이 나오는데 그때는 5만원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오 회장은 "다른 물가는 다 오르는데 쌀값만 떨어지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나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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