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귀순 어민 강제 북송은 국제 인권범죄로 다뤄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최근 귀순 어민 강제 북송 당시 사진 공개와 관련한 언론 논평에서 "이 사안은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등이 제기했으며 유엔사무총장이 2020년 유엔총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반영됐다. (그러나) 북송 과정을 규명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했다. OHCHR은 사건 발생 직후부터 추적·조사해 왔지만 문재인 정부 외교부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진상 규명에 애를 먹었다.

외교부는 UN 질의 답변에서 "합동조사는 행정적 절차라 형사 사법 절차의 피의자로 간주하지 않는다"면서 '변호사 선임'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은 것을 합리화하면서도, 피의자도 아닌 북송 어민에 대해 '극악무도한(atrocious) 범죄용의자' '악랄한(heinous) 범죄자'란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또 강제 북송의 법적 근거에 대해 '북한이탈주민지원법 제9조, 출입국관리법 제11조' 등을 언급하면서도 "(북송 어민이) 북한이탈주민지원법, 난민법, 출입국관리법의 직접 적용 대상이 아니다"고 했다. 외교부 UN 답변서는 사실 왜곡과 논리적 모순덩어리였다.

사건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낸 정의용 전 외교부 장관은 17일 북송 어민에 대해 "희대의 엽기적 살인마들" "이들이 애당초 남한으로 귀순할 의사가 없었다"는 기존의 주장을 반복했다. "비정치적인 중대 범죄자는 국제법상으로도 난민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면서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헌법을 정면으로 무시했다. 이런 입장문도 직접 설명한 것이 아니라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을 통해 발표했다. 한심하고 비열한 행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강제 북송 사건은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인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심각하게 추락시키고 있다. 강제 북송 이후 지금까지 해상 귀순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에서 이 사건의 파장을 짐작할 수 있다. 철저한 수사와 관련자 처벌, UN 및 국제 인권단체들과 협력해 대한민국의 '인권' 위상을 복원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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