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 중 얼굴에 흉터가 생긴 50대 예비역 장교에게 사고 이후 30여년 만에 상이연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복무 중 사고로 외모에 흉터가 생긴 여자군인에게만 상이연금을 지급하는 것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것.
18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손혜정 판사는 예비역 장교 A씨가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상이연금지급 비해당결정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이같이 판결했다.
육군 소위로 임관해 최전방에서 복무 중이던 A씨는 1991년 작업차량을 타고 가다가 추락사고로 왼쪽 얼굴이 5㎝가량 찢어졌다.
1996년 전역한 A씨는 24년이 흐른 2020년쯤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얼굴의 흉터로 인해 취업 등 사회생활을 하는 데 불이익을 당해왔다"며 상이연금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A씨가 남자이고 흉터가 크지 않다는 점 등을 들어 상이연금 지급 대상자가 아니라고 통보했다.
국방부는 A씨가 전역할 당시 구(舊) 군인연금법 시행령에 따르면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남은 여자'만을 상이연금 지급대상으로 규정한 점을 들었다.
또 2006년 해당 규정이 개정돼 '뚜렷한 흉터가 남은 사람'으로 확대돼 남자도 포함됐으나 부칙에 소급 적용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기 때문에 A씨는 지급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설령 지급대상에 남자를 포함시키더라도 A씨 얼굴의 흉터는 4㎝에 불과해 기준(5㎝ 이상)에 미달한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법원은 A씨가 전역할 당시의 구 군인연금법 시행령과 2006년 개정된 시행령에 대해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며 원고 전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손혜정 판사는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남을 경우 여자가 남자보다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며 "당사자의 정신적 고통도 성별과 무관하게 각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2006년 개정 시행령에 대해서도 "시행일 이전의 남자군인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흉터 길이와 관련해서는 사고 당시 군의관이 상처 길이를 5㎝로 기록했고, 25년의 세월동안 자연치유에 의해 줄어들 수 있는 점 등을 들어 A씨가 상이등급에 해당하는 것으로 봤다.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공단 측 신준익 변호사는 "법원의 전향적인 판결로 헌법상 평등의 원칙이 확대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문제가 된 법령(군인연금법에서 재해보상제도를 분리해 규정한 현행 군인재해보상법)은 지난 2월 3일자로 특례조항을 신설해 1994년 7월~2006년 10월 사이에 퇴직한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남은 남자 군인에 대해서도 상이연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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