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 가끔은 주위를 둘러보고 미소 짓기

능인 스님

능인 스님
능인 스님

코로나19로 인해 새로운 단어들을 접하게 됐다. '비대면', '거리두기'다. 서로 얼굴을 마주 대하지 않고 계좌 개설, 학습이 가능해지면서 거리두기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진정 무엇과의 거리두기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마음의 거리를 말하고 있는 것인지, 기계와의 거리를 말하고 있는 것인지 모호할 때가 있다. 정작 사이를 두고 이야기해야 하는 매개체는 컴퓨터나 휴대전화다. 두 장치가 없이는 어느 것도 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

너무도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사에서 어쩌면 홀로 도태되고 있다는 생각 또한 떨쳐버릴 수 없다. 스님들이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는 것 또한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왔다. 세상과 떨어져 홀로 수행 정진하는 것이 아닌 세상 안으로 들어와 함께 더불어 살면서,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고 보듬으며 살아가는 것을 점차 배워가고 있다.

비대면에 익숙할 즈음에 다시 대면으로 만나서 나눠야 할 일들이 있다. 그러나 눈을 바라보고 이야기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사람들끼리 눈을 마주하고 앉아 30초 정도 머물러보라고 하면 대체로 쑥스러워한다. 눈을 마주치다가도 어느새 피하려 한다.

입보살행론에 "길을 걸을 때는 산만하게 여기저기 두리번거리지 말고 언제든지 선(善)을 대상으로 숙고하며 집중하는 마음으로 시선을 아래로 내리고 걸어야 한다. 눈의 긴장을 풀기 위해 가끔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혹시 길에서 다른 사람을 보게 되면 쳐다보며 인사해야 한다"는 글이 있다.

얼굴 안에는 모든 감각 기관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조금만 신경을 다른 데 쓰다 보면 실수하기 마련이다. 마음을 숨길 수 없다는 뜻이다. 가리려고 해도 가려지지 않는 것이 있는데, 요즘은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싶다. 표정을 보면서 마음을 따라 감정을 읽고 또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함을 느끼고 싶을 때가 있다. 마스크로 가려지고 휴대전화와 컴퓨터에 가려진 얼굴이 아닌 대면으로 마주하면서 인간의 미를 느끼고 살 수 있는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큰 노력 끝에 조금이나마 숨통을 트일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변이들이 우리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다. 어쩌면 이미 우리 몸 안에서는 다른 것에 대한 대비책으로 열심히 방어태세를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을 잘 알아차려 스스로 힘을 내게 해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얼굴에는 미소와 마음의 평화를 지속해서 갖기 위한 자기만의 힘을 길러 모두가 평화로운 날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마스크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도록 각자 마음 얼굴을 잘 가꿔가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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