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세력과 부패 집단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된 정치·사회 개혁의 방향은 '공정과 정의'라는 시대정신으로 수렴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청년'이 있다.
청년 문제는 어제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88만원 세대, n포 세대, 헬조선, 그리고 젠더 갈등 등은 청년세대를 규정하는 키워드들이다.
청년이 정치의 중심에 등장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지난 2020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각 정당은 경쟁적으로 청년 공천 인센티브를 적용했고, 여야 20, 30대 청년 11명이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2021년에는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서 이준석(85년생) 후보가 당원 투표 열세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당 대표가 되었다.
더불어민주당은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 박지현(96년생) 씨를 대통령선거 선대위원에 합류시켰고, 대선 패배 직후 박 씨를 공동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발탁했다.
이들의 등장은 신선함을 주었고 청년 정치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 주었다.
그것은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과 실망감이 누적되고 정치 효능감이 떨어진 상황에서 청년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정치인)이 등장함으로써 정치교체와 세대교체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반영된 것이었다.
그러나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새로움은 없고 '꼰대 정치'를 그대로 답습한다는 것 때문이다.
부산청년정책연구원 독서모임에 참가한 한 청년 여성은 "스스로 '청년 정치인'이라 규정하는 사람 중 청년 정치를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청년들의 문제를 여기저기 팔고 다니는 일종의 '스피커'가 많다. 청년 연령대에 속한 정치인이 하는 것이 청년 정치가 아니다"라고 일갈한다.
이준석 대표와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 두 청년 정치인의 공통점은 '갈라치기' '보여주기식' 정치다. 젠더 갈등으로 남성과 여성을 갈라치기 하고, 꼰대 프레임으로 세대 갈등을 부추기는 등 갈등을 자양분 삼아 정치적 존재감을 확장하고 돌출적 발언과 행동으로 청년 정치에 대한 피로감만 높였다. 청년 문제에 대한 정책적 준비와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오히려 기성 정치와 다를 바 없는 '젊은 꼰대'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조금 다른 각도에서 원인을 찾는다면 정당의 전략 부재가 낳은 희생양이기도 하다.
양당은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한 공정한 사회 시스템이라는 본질적 접근보다는 여가부 폐지, 사병 월급 200만 원 지급과 같은 포퓰리즘 정책으로 소위 '이대남'과 '이대녀'의 갈등을 이용하는 득표 전략에만 의존했다.
건강한 청년 정치인을 육성하기 위한 정당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보여주기식, 포퓰리즘 정치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고, 결국 청년 정치의 한계만 각인시키는 부정적 결과를 만들었다.
여전히 청년이 미래이고 희망이다.
청년 정치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당 정치의 시스템 개선이 되어야 한다. 정당은 인재 육성과 시스템 공천을 제도화하고, 그 속에서 청년이 정당과 정치, 정책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을 쌓아 성장할 수 있도록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포퓰리즘 정치와 결별해야 한다
소크라테스는 '고르기아스'에서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치가란 병든 아이를 설득하는 요리사와 같다"고 하며 포퓰리즘 정치의 폐혜를 지적한다. 병든 아이는 병을 치료하는 의사보다는 달콤한 사탕과 음식을 주는 요리사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말을 훌륭하게 만드는 것은 말을 타고 이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 전문가(조련사)이다"고 조언한다. 청년 정치에 거는 기대는 이러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치 혁신이다.
청년 정치의 성장은 기성 정치에 대한 반성과 혁신을 전제로 한다.
지금 정치권은 이준석 당 대표 직무 정지와 민주당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586 용퇴론(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과 97세대 대안론(90년대 학번, 70년대생)등 당권을 둘러싼 세대교체론이 뜨겁다.
이 논쟁을 보면서 우려스러운 점은 모두 나이를 기준으로 프레이밍되어 있고 신구 권력 간 권력투쟁일 뿐이라는 점이다. 기성 정치에 대한 반성이나 미래 가치, 비전이 없다.
'나이만 젊은' 기성 정치인을 원하지 않는다. '생각과 비전이 젊은' 정치인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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