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지방소멸 막는 데 턱없이 부족한 정부의 지방소멸대응기금

정부가 올해 처음 수립한 지방소멸대응기금 지방자치단체별 배분액이 다음 달 결정된다. 행정안전부는 전국 122개 지자체가 기금 활용을 위해 제출한 투자계획을 심사 중이다. 경북에서는 18개 시·군이 투자계획을 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정부 차원의 첫 지방소멸 해소 재정지원 대책이란 점에서 기대가 크다. 올해부터 10년간 매년 1조 원(올해는 7천500억 원) 규모의 재원을 지자체가 수립한 투자계획에 따라 차등 지원한다. 하지만 기금 규모가 지방소멸에 대응한다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소액에 불과한 등 개선할 사항이 적지 않다. 전국 지자체가 신청한 총금액이 1조3천598억 원으로 올해 배분되는 7천500억 원의 두 배에 육박한다. 전국으로 나누면 지자체별로 돌아가는 기금이 쥐꼬리에 그칠 개연성이 농후하다. 기금 규모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심사·결정하는 기금 배분 방식도 문제다. 기존과 같은 지자체별 나눠주기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연례적으로 지자체별로 소액을 나눠 주는 방식으로는 지방소멸 대응은커녕 언 발에 오줌 누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소규모 사업으로는 정책 실효성이 떨어진다. 정부가 국가적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접근해 재정지원 제도를 꼼꼼하게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북 등 인구가 급감한 지역 시·군에 기금을 집중 지원하는 방안도 절실하다. 인구수와 인구 증감률을 토대로 인구 감소 지역을 그룹화한 뒤 소멸 위험도가 높은 인구 급감 지역에 집중 지원하는 게 맞다.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기금 도입 취지를 살리려면 인구 감소가 심각한 지자체에 재원을 집중 지원해야 한다. 또한 유사한 성격의 재원을 연계하고, 민간 투자까지 유인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설계도를 만들어 선순환할 수 있는 기금으로 운용하는 방식으로 보완하는 등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윤석열 정부가 국정 목표로 내세운 '지방시대'를 실현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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