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예술창작스튜디오의 위상과 역할

강효연 대구예술발전소 예술감독

강효연 대구예술발전소 예술감독
강효연 대구예술발전소 예술감독

요즘 작가들 사이에서는 서울에 있는 난지창작스튜디오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운영하는 레지던시에 입주한다면 영혼이라도 팔겠다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이곳이 뭐길래 영혼을 판다는 걸까.

창작스튜디오와 레지던시는 국내외 예술가들의 연구 활동을 지원하고 창작 역량을 강화하고자 마련된 예술가 양성 기관이다. 그럼 해외 유명 사례부터 살펴보자. 런던에 유명한 집단 창작촌이 있다. '더 스페이스'로 1968년 템스강변에 방치된 낡은 창고 건물을 옵아티스트 브리짓 라일리가 런던 시의회를 설득해 최소 비용만 지불하고 3년간 빌려 설립한 창작촌이다. 처음에는 십여 명이 시작했지만, 지금은 런던 전역에 18개의 건물을 운영하며 600여 명의 작가에게 스튜디오를 임대 지원하는 영국 최대 규모의 창작지원단체가 되었다. 프랑스도 도시마다 다양한 특징의 창작레지던시들이 있는데 파리에 위치한 '국제예술공동체'에는 318개의 스튜디오가 있고, 51개의 나라에서 온 예술인들이 이곳에서 창작의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최근 20년 사이 우리나라에도 많은 수의 창작스튜디오가 생겨났고, 그 혜택은 각 지역 작가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이런 흐름의 원조인 국립현대미술관의 창작스튜디오에서는 다른 나라의 레지던시와 네트워크를 형성해 국내 작가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외국 작가들이 국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차츰 국제적인 이미지로 탈바꿈하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작가들이 한 기관에 1년 정도 머물면서 작업하고, 강연이나 전문가 매칭 프로그램을 통해 작가들이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그럼 왜 작가들은 서울의 두 레지던시에 입주하고 싶은 걸까. 국내에선 가장 권위가 있는 기관에서의 운영과 수도, 서울에 있다는 이유 그리고 해외 관계망을 통해 작가들은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고, 자신을 널리 알릴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구에서 창작스튜디오라면, 폐교를 활용해 2012년부터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공간으로 쓰이던 가창창작스튜디오와 1949년 전매청 연초제조창으로 지어져 사용되다가 2012년부터 예술창작스튜디오로 활용되고 있는 대구예술발전소가 있다.

가창창작스튜디오는 교육청의 요구로 아쉽게도 올해를 마지막으로 문을 닫을 예정이다. 지금은 국내에서 4, 5번째로 인기가 있는 대구예술발전소가 대구에서는 유일한 창작공간이 될 것이다. 서양미술사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예술창작스튜디오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19세기 중반 이후 파리를 중심으로 탄생한 인상주의와 입체주의 같은 미술운동들, 20세기 초 뉴욕을 중심으로 형성된 추상미술과 미니멀아트, 팝아트 등 지역을 중심으로 작가들이 모여들고 자유롭게 형성된 문화 안에서 본인의 가치를 드러낼 수 있었기에 예술가들의 활동이 역사적으로 기록될 수 있었다.

창작을 위한 시도는 국경을 넘나들어야 한다. 해외 젊은 예술가들이 한국에 와서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접하고 서로 소통해 함께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예술계에 활력을 불어넣어 창작하고 싶은 나라, 머물고 싶은 나라가 되어야 할 것이다. 대구가 그런 도시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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