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오은영’ 프로그램의 확장

MBC ‘오은영 리포트’, KBS ‘오케이? 오케이!’…지상파로 온 오은영 박사

오은영 박사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서 열린 KBS 2TV 예능
오은영 박사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서 열린 KBS 2TV 예능 '오케이? 오케이!'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KBS 제공

최근 오은영 박사의 지상파 진출이 눈에 띈다. 이미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로 주목을 받았던 오은영 박사지만, 최근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 이어 KBS '오케이? 오케이!'를 새로 시작했다. 이른바 오은영 프로그램의 확장은 무얼 말해주는 걸까.

◆지상파로 돌아온 오은영 박사

본래 오은영 박사에게 방송의 친정은 지상파였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방영한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가 그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상담을 통해 아이가 극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담아내게 해주면서 오은영 박사는 상담자 특히 육아 관련 솔루션 상담자로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후 EBS '리얼토크 부부'(2014) 같은 부부 간에 생기는 갈등을 풀어주는 솔루션 프로그램도 했지만, 역시 그의 존재감을 다시 세워준 건 육아 솔루션 프로그램이었다.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는 종편 채널이면서도 시청률 3%대를 내는 효자 프로그램이 됐다. 부모에게 고민일 수밖에 없는 아이의 어떤 부정적 행동들에 대해 오은영 박사 특유의 예리한 분석과 따뜻한 솔루션이 때론 자극적일 수 있는 소재조차 감동을 주는 반전효과를 내며 시청자들을 설득시켰다.

이 프로그램의 성공으로 채널A는 오은영 박사의 영역을 다시 확장시켜 연예인들의 정신 상담을 해주는 '오은영의 금쪽상담소'를 열었다. 이 프로그램은 '국민 멘토 오은영의 전 국민 멘탈 케어 프로그램'으로 소개되며 오은영 박사의 상담 영역을 육아에서 그 이외의 다른 분야로까지 확장시켰다.

오은영 박사는 이제 지상파에서도 관심을 갖는 전문가이자 방송인이 됐다. MBC '다큐플렉스'가 3부작으로 만들었던 '오은영 리포트'는 그의 전문 영역인 자녀 문제 그 중에서도 성 문제에 대한 강연을 담은 프로그램으로 시도되었고, 이후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이 만들어지는 전신이 되었다. 연예인 부부는 물론이고 일반인 부부들을 초대해 그들이 가진 결혼 생활의 문제들을 관찰카메라 방식으로 들여다보고 '힐링 리포트'를 해주는 형식이다.

예능 프로그램이 아닌 교양 프로그램으로 'PD수첩'을 했던 김정민 PD가 진두지휘해 8개월 정도를 준비해 내놓은 프로그램이다. 그래서인지 가십성의 자극적인 접근방식이 아닌 교양 프로그램 특유의 균형을 맞춰나가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10부작으로 회마다 대화 단절, 고부갈등, 폭언, 성생활, 돈 문제 같은 겹치지 않는 주제들을 갖고 말 그대로 '리포트' 하듯이 만들어졌다. 진짜 결혼 생활의 다양한 문제를 진지하게 접근해보겠다는 목적성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의미다.

물론 다소 자극적인 예고방송 때문에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실제 방송은 우려할 만큼 자극적으로 흐르지는 않았고 무엇보다 오은영 박사의 존재감이 분명했다. 시청률도 화제성도 높아 애초 계획이었던 10부작에서 더 연장될 거라는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오은영 박사가 출연하는 KBS 2TV 예능
'오은영 리포트'의 한 장면. MBC 제공

◆현장으로 뛰어든 오은영 박사

'오은영 리포트'가 선전하고 있는 사이에 KBS에서도 '오케이? 오케이!'를 선보였다. 그가 대세 방송인이라는 걸 말해주는 이러한 행보에 대해 너무 다작을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들이 나왔지만 오은영 박사는 KBS라는 '공영방송이 해야 될 일'과 자신이 '정신과 전문의로서 해야 될 일'이 만나는 지점으로서 이 프로그램 출연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정신과 전문의로 32년 가까이 일하면서 인간이 우리들의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라는 위기를 맞으면서 짧은 시간에 자신의 인생을 바라보고 주변 관계를 되짚어 보며 헝겊을 꿰매는 것처럼 내면을 치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위기라고 부르는 이 시점에 저도 힘을 한 방울 보태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프로그램 형식으로 보면 '오케이? 오케이!'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과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초창기 버전을 합쳐 놓은 것 같은 구성이다. 지금껏 스튜디오에 앉아서 카메라가 찍어 오거나 사연자들이 출연해 내놓는 이야기를 들으며 솔루션을 내놓던 오은영 박사가 이제는 현장으로 나가는 것. 전통시장, 군대, 페스티벌, 예식장 등등을 찾아가는 '전국 출장 상담소'를 만들어 그 곳에 있는 이들과 생생한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위로와 힐링을 주는 오은영 박사의 솔루션을 담아보겠다는 것이다. 전국의 힘겨운 현장을 찾아가 솔루션을 준다는 의미에서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닮았고, 그 곳에서 만나는 분들이 내놓는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의미에서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코로나19 이전의 모습을 닮았다.

첫 회에 찾아간 전통시장에서 만난 분들과의 이야기는 아직 거칠긴 하지만 적어도 진정성이 돋보이는 면이 있었다. 예를 들어 '전통시장 아이유'로 불린다는 구효정 씨의 사연이 그렇다.

이제 겨우 서른 살에 분식집에서 이모와 함께 15년 간 일을 해왔다는 구효정 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몸이 편찮으신 엄마 일을 도와 분식집 일을 시작했지만, 결국 아파서 돌아가신 엄마에 대한 지워지지 않는 죄책감이 있었다. 생업에 바빠 제때 치료를 하지 못해 암이 재발해 돌아가셨는데, 그 바빴던 이유가 어렸던 자신들 때문이라 여기고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울어주던 오은영 박사는 엄마의 삶이 단지 자식들을 위한 생계가 아니라 보람도 있고 자부심도 있는 삶이라는 걸 알려주는 것으로 구효정 씨의 마음을 위로했다. 그건 구효정 씨만을 위한 위로가 아니라, 비슷한 삶을 이어가는 시장 사람들 전체에 대한 위로가 될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이 개별적인 사연들을 가져와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이들 모두가 공감하는 이야기로 풀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에피소드였다.

오은영 박사가 출연하는 KBS 2TV 예능 '오케이? 오케이!'의 한 장면. KBS 제공

◆오은영 박사, 과연 롱런할까

오은영 박사에게 최근 쏟아지고 있는 방송가의 러브콜은 거꾸로 말하면 우리의 삶이 그만큼 부대끼는 일도 많고 갈등 요인들도 적지 않으며 이로 인해 어떤 멘토의 위로를 요구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오케이? 오케이!>' 제작발표회에서 오은영 박사가 말했듯, 코로나19는 더더욱 우리네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고 그만큼 마음의 상처들도 많아졌다. 그러니 육아 문제든, 부부 생활의 문제든 나아가 사회생활에서의 문제든, 오은영 박사가 어떤 사례들을 갖고 하는 이야기에 저도 모르게 몰입되고 이입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를 방송 프로그램이 자꾸 소환해내는 현실적인 이유다.

방송의 관점으로 보면 오은영 박사의 급부상은 이제 연예인 같은 방송전문인들에서 점점 일반인으로 출연자가 바뀌어가는 그 흐름에 이들의 이야기를 콕콕 짚어 보다 공적인 느낌으로(일종의 솔루션으로) 풀어내줄 수 있는 전문가이자 방송인을 요구하는 흐름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백종원이 침체되어 있는 골목상권의 일반인들을 찾아가 그들이 성공할 수 있는 장사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나, 강형욱이 고민견을 가진 보호자의 집을 찾아 그 고민들을 해결해주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나, 오은영 박사가 전국을 찾아가 마음의 상처를 입은 이들에게 위로의 솔루션을 내놓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자기 영역이 분명한 전문가이면서 동시에 방송도 잘 하는 방송인이다. 그래서 일반인 출연자들의 이야기를 담는 프로그램에서 그 이야기를 더욱 빛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오은영 박사가 과연 롱런할 수 있을지 그건 알 수 없다. 그의 역할이나 전문적인 영역은 분명하지만 방송은 어떤 흐름을 타기 때문이다. 현재는 분명 오은영 박사의 전성시대가 맞지만 내일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다작을 하는 경우에는 소비가 그만큼 빨라지면서 변화의 흐름도 빨라질 수 있다. 오은영 박사 역시 그 완급조절이 요구되는 이유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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