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학관은 올해 하반기부터 문학로드를 개편한다. 지난 2년간 작가들과 학계 전문가들의 오랜 연구와 논의를 거쳐 기존 세 갈래의 길을 여덟 갈래로 확정 지어 시행하게 되는 것이다.
길은 대구문학관을 중심으로 '꽃자리길' '수밀도길' '향수길' '구상과 이중섭길' '교과서 속 작가길' '독립과 사상길' '다방길' '대구문학관 추천길' 등 여덟 갈래의 길이다. 길의 이름은 우리나라 문학사에 남은 쟁쟁한 문학인들과 타 장르 예술가들이 실제 대구에서 살았거나 활동하며 집필하고 교류하는 등 그 예술혼을 활활 불태웠던 곳곳을 전문가들과 향토사학자들의 철저한 고증을 받아 정했다.
여덟 갈래의 길에 그 흔적을 남긴 예술가 면면을 대충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이상화, 현진건, 이장희, 나도향, 이육사, 오상순, 유치환, 백기만, 김동리,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 구상, 이중섭, 이호우, 이영도, 최정희, 윤복진, 이인성, 신동집, 이윤수, 김성도, 김춘수, 이어령, 김원일, 이문열….
우리나라에서 문학하는 사람이라면 대구에 대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 몇 가지 있다. '대구의 문학을 빼고 한국문학사'를 논할 수 없다는 게 그것이다. 소설가 장정일을 만나러 대구에 왔던 시인 기형도는 산문집에서 '대구는 대통령 세 명을 배출한, 시인이 득실거리는 신비한 도시'라 했다. 이 말은 한국 현대문학을 견인한다 할 수 있는 우리나라 대표 문인들이 현재도 거의 대구에 포진해 있다는 말이다. 대구문학관은 이번에 새롭게 문학로드를 제정하면서 이 길들이 향후 대구의 관광상품으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겠다는 결론을 얻었다.
'검푸른 바다, 바람으로 노닐다 어느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소주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는 명태가 시인 양명문의 펜 끝에서 탄생한 것도, 6·25 동란기 시인 서정주가 때 묻은 두루마기 자락을 날리며 휘적휘적 동료들을 찾아와 오래 묵었다는 것도,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풀려난 시인 김수영이 예술가들로 붐비던 술집 '말대가리'에 불쑥 들어와 어울렸던 곳도 바로 이곳, 대구문학관 일대다.
마치 '아라비안 나이트' 같은 이 사실들은 향후 전문가들의 고증을 거듭해 '대구리안 나이트'로 자리 잡게 될 것이며, 대구문학관의 노력에 의해 문학을 사랑하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한류에 동승하고 싶은 외국인들의 문학관광지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미 내년에 새로 개발될 '7080 문청길' '피란문단 술집길' 등을 쟁여 연구하며 논의하는 것과 문학로드 지도를 영어, 일어, 중국어판 등으로 번역할 계획을 세운 것도 그 까닭이다.
꽃의 시인 김춘수가 경북대, 영남대에서 20년간 재직하며 시작(詩作)의 날들을 보낸 곳도, 이어령 교수가 자신의 첫 저서를 출판한 곳도, 이윤수 시인이 유수의 문학지 죽순을 창간한 곳도, 소설가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 이문열이 매일신문사에 근무하며 수많은 소설을 집필한 곳도 바로 이곳 대구다. 그야말로 대구는 '시민과 함께 문학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곳이다. 지금도 각지에서 대구 문학로드 탐방을 하러 전세버스로 오고 있다. 혹시 지금 대구 문학로드를 걸어보고 싶은 분이라면 대구문학관으로 전화 또는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누구나 친절하게 안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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