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사라진 극우 태극기 부대와 노사모, 문빠의 계보를 잇는 이재명 의원의 팬덤 개딸은 같은 부류다. 둘 다 팬덤 정치의 전사들이다. 팬덤 정치의 본질은 '정치적 부족주의'이다. 팬덤은 사회심리학적으로는 내외집단 차별(in-group, out-group discrimination)에 기반한다. 팬덤 정치는 SNS 시대에 참여민주주의의 확대 통로로 기능하는 긍정적인 요소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포퓰리즘과 결부되어 치명적 폐해를 초래한다. 부족주의는 소속 본능과 배제 본능이 강하다. 의견을 달리하면 다른 부족으로 낙인찍어 배척하고 혐오하며 징벌한다. 우리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고 확신한다. 자신들은 고결하고, 저들은 저급하다고 굳게 믿는다. 팬덤은 반대자들에게 문자 폭탄이라는 디지털 폭력을 거침없이 행사한다. 그런 부족의 영토에 자유로운 사상의 소통과 교감이 설 자리가 없다. 합리가 뿌리내릴 여지가 없다.
팬덤과 정치적 부족주의의 토양은 억압받고 차별받는 집단이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는 권력과 부를 독점한 소수 백인으로부터 억압받던 국민 대다수를 선동하고 그들의 불만과 열망을 자극해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였다. 차베스는 1998년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정치적 부족주의의 선봉장에 섰다. 300만 번째 트위터 팔로워가 된 젊은 여성에게 아파트를 선물하는 기행을 보일 정도였다. 10년 넘는 팬덤 정치와 포퓰리즘의 대가는 혹독했다. 차베스 사망 후 오늘날 베네수엘라는 경제와 민주주의가 모두 절망이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의 승리 요인 중 하나는 낡은 색깔론을 지우고 극우 태극기 부대와 결별한 점이다. 패배자인 야당도 국민의힘이 잘한 게 없는데, 태극기 부대 혹은 강성 유튜버들과 선을 그은 것이 승인이었다고 분석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패배는 정치적 부족주의가 초래한 뺄셈 정치의 결과였다. 부정하고 싶겠지만 이는 사실이다. 극렬 문빠는 반대자들을 '좌표 찍기' 등으로 공격하고,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거 다 해'식의 묻지마 지지 성향을 보였다.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극렬 문빠가 민주당을 염치없는 정당으로 만들고, 토론과 대화를 사라지게 하고, 당내 민주주의를 병들게 했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중도층은 이탈하였고, 그것이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
그러나 민주당은 실패로부터 배우지 못했다. 강성 의원들이 주도한 처럼회는 아예 팬덤에 의탁했다. 검찰 개혁 이슈에서 강경론을 주도하고, 검수완박법을 통과시켰다. 검수완박법은 팬덤과 처럼회의 합작품이다. 중도층과 충성도가 약한 지지자들이 환멸감을 느끼고, 떠나거나 기권했다. 처럼회는 본받을 분들에게는 배우고, 못된 짓은 하지 말고, 늘 근본을 생각하자며 결성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팬덤에 포위된 처럼회는 근본을 잊음으로써 지방선거 완패의 주범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딸 등 팬덤에 대한 민주당 내 입장은 엇갈린다. 친이재명계는 수호에 나섰고, 비이재명계는 결별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재선 의원들은 '언어 폭력, 좌표 찍기, 문자 폭탄, 색깔론 등을 배타적 팬덤으로 구별하고, 이에 대한 분명한 반대 입장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재명 의원은 "또끔만 더 해두때요"라고 구애를 보낸다. 개딸을 태극기 부대에 빗대자 완전히 잘못된 비교라는 반발도 나왔다. 심지어는 새로운 힘을 불어넣는 지지자들이라면서 '팬덤은 무죄'라고 옹호하기도 한다.
팬덤의 위력은 억압받고 차별받는 집단이나 계층의 규모와 정도에 비례한다. 그 명제에 비추어 보면 우리의 정치 지형은 팬덤이 설 자리가 좁다. 보수와 진보 사이에 사회적 약자 등에 대한 정강 정책은 큰 차이가 없다. 인종·종교적 측면에서도 팬덤의 토양은 척박하다. 이런 정치 지형에서 선거는 정당이 합리적 중도층을 얼마만큼 포용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반대쪽 부족 사람을 끌어들이는 유일한 방법은 통합과 포용이다. 극단적 팬덤은 다른 부족의 반발을 초래하고, 중도층을 떠나게 한다. 팬덤 의탁이 크게 잘못된 계책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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