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캠퍼스 성범죄에 비상 걸린 대학가, 젠더 갈등도 심화

인하대 성폭행 사망사건 이후 불안감 만연
대학내 야간 출입제한, CCTV 설치 등 방범 강화
잠재적 범죄자 취급에 젠더 갈등 심화되기도

최근 인하대 성폭행 사망 사건 여파로 대학들이 보안 강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19일 대구 시내 한 대학 교정에 비상벨이 설치돼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최근 인하대 성폭행 사망 사건 여파로 대학들이 보안 강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19일 대구 시내 한 대학 교정에 비상벨이 설치돼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19일 영남대학교 학생들이 강의를 듣는 건물 내에 CCTV가 다수 설치돼있다. 김세연 기자
19일 영남대학교 학생들이 강의를 듣는 건물 내에 CCTV가 다수 설치돼있다. 김세연 기자

대학가에 캠퍼스 성범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상 회복과 함께 대면 수업이 부활하고, 술자리 등이 늘어나면서 교내 치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으로는 성범죄를 둘러싼 젠더 갈등 양상도 빚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새벽 인하대학교에서 한 여학생이 또래 남학생에게 성폭행을 당한 후 건물 3층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캠퍼스 내에서 성폭행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에 대학생들은 충격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경북대학교 공학부에 재학 중인 한 여학생은 "아직도 술자리에서 여학생을 데리고 나가려는 남학생이 많은데 새내기 여학생들을 보면 걱정된다. 누군가는 왜 늦은 시간까지 술을 먹냐고 하지만 절대 피해자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여대처럼 외부인 출입 시 1399 같은 번호가 일상화돼야 한다. 신고하는 게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남대학교 인문학부 재학 중인 다른 여학생은 "교내에서 발생한 성범죄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에 너무 화가 난다. 성범죄 처벌이 더욱 강화되지 않는 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부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성범죄 처벌 강화에는 동의하지만, 잠재적 범죄자 취급은 불쾌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경북대에 재학 중인 한 남학생은 "이런 사건이 발생할수록 젠더 갈등이 극을 향해 치닫는 것 같다. 모든 남성을 잠재적 성범죄자 취급하는 것에 대해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대구 지역 각 대학은 성범죄 대책으로 CCTV 설치나 야간 방범 활동 강화에 나서고 있다. 각 대학 CCTV는 경북대학교가 상주 캠퍼스 포함 2천559개, 영남대학교 2천60개, 계명대학교 600여 개 등이다.

경북대는 야간 시간대 건물 출입을 통제하고, 야간 순찰도 시행 중이다. 영남대 역시 캠퍼스 건물 출입구를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5시까지 통제하고, 보안요원이 야간 순찰을 3회 돌고 있다.

계명대 경우 오후 5시부터 다음날 7시까지 용역경비업체가 주기적으로 순찰을 돌고 있다. 앞으로 중앙통제실을 통해 야간범죄, 방범·경비 등을 한 곳에서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통합경비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대학교 인근 파출소 관계자들은 "거리두기 이후 늘어난 신고 건수에 비해 교내 성범죄가 크게 늘지는 않았지만, 예방에 힘쓰고 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장에서 성범죄가 의심되면 여성청소년 수사팀 담당자와 함께 심도있게 조사한 이후 혐의점이 있으면 대응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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