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소멸 극복 신호 ‘100조 투자 유치’

최두성 경북부장
최두성 경북부장

지난달 경북 영양군에서는 아이 울음소리가 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기준 지역별 출생등록'에 따르면 6월 영양군의 출생등록 수는 '0'. 영양군엔 1만6천218명이 살고 평균 연령은 56.3세(전국 평균 44세)다.

같은 달, 경북 23개 시·군 중 출생등록 수가 한 자리인 곳은 영양군을 포함해 7곳이나 됐다. 경북 전체 인구수는 전달에 비해 2천214명이 줄었다.

경북 제1도시 포항 인구는 49만9천854명으로 1995년 영일군과 통합 이후 처음으로 50만 명이 붕괴됐다. 산업도시 구미는 40만9천555명으로 40만 명 선을 겨우 버텼다.

자료를 한참이나 뒤졌지만, 인구가 늘어난 때를 찾긴 쉽지 않았다.

컴퓨터 모니터 속 숫자가 미처 전하지 못한 지방 인구 감소 실상은 들녘을 홀로 지키고 있는 촌로의 표정에서 실감한다.

한국은 2020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출생·사망자 수가 역전되는 '데드크로스'(dead cross)가 벌어지며 초유의 인구 감소 시대를 맞았다.

그 요인이 된 저출산·고령화는 경제·사회적 역동성, 재정 역량을 축소해 나라 전체를 '위축'시키게 될 것이라는 경고음이 울리지만 서울의 거리에선 그런 위기감은 찾아볼 수 없다.

탐탁지 않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소멸'이란 단어는 지방의 합성어가 됐다. 수도권 중심 정책이 파생한 지방소멸은 이제는 생경하지조차 않다.

정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전국 시·군·구 89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해 재정적 지원 등 중점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올해 그 첫 지원책으로 지방소멸대응기금(10년간 매년 1조 원·올해는 7천500억 원)을 배분할 예정이나 지자체가 신청한 총금액이 배분액의 두 배에 육박해 지자체별로 돌아가는 기금은 쥐꼬리에 그칠 개연성이 농후하다. 지자체에선 "언 발에 오줌 누기 격이 될 것"이란 자조가 나온다.

지방소멸 문제의 답은 어쩌면 간단하다. 소멸 원인의 물꼬를 거꾸로 돌리면 된다. 집중화된 수도권의 지방 분산화가 그것이다.

일자리, 인력, 정주 여건 등은 한데 묶여 수도권을 비대하게 했고, 지방을 쪼그라트렸다.

국내 재계 서열 상위 40대 그룹, 이른바 대기업 집단의 계열사 1천700여 곳의 52.1%가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다. 경기(18.8%), 인천(3.2%)을 포함하면 수도권 비율이 74%를 넘는다. 지방에는 청년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 실리콘밸리의 터줏대감 오라클이 본사를 옮긴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는 투자를 결정한 기업에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준다. 테슬라가 지난 4월 합류했고 애플은 이곳에 7천여 명이 근무할 수 있는 캠퍼스를 짓고 있다.

세금 감면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몰려들자 양질의 일자리가 빠르게 생겨났고 우수한 인재를 불러 모으는 기폭제가 됐다. 도시의 문화도 역동적으로 바뀌었고 인구가 증가하는 선순환 효과로 이어졌다.

대기업의 투자 확대, 정부의 규제 완화 등에 발맞춰 지난달 출범한 경북도의 100조 기업유치특별위원회는 그래서 기대가 크다. 공동위원장을 맡은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100조 원 유치를 도정 제1 목표로 정하고 이를 달성해 경북을 '청년 일자리 요람'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LG이노텍과 1조4천억 원 투자 확약을 맺은 데 이어 8천억 원의 또 다른 기업 투자가 가시화되고 있다. 잇따른 유치로 소멸 극복 신호탄을 쏘아 올리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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