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야는 신라 진흥왕에게 패하기는 했지만 꽤나 강한 국가였다. 흩어진 6가야국 중 맹주의 역할을 했고, 신라와 백제에 맞서 약 500년 동안 철기문화를 꽃피워 왔다. 36명이나 생으로 살아있는 사람을 죽은 왕과 함께 묻을만큼 그 위세가 대단했다. 제 아무리 최고 권력자인 왕 앞이라고 하지만, 멀쩡하게 살아서 무덤속으로 생매장 당했던 이들의 심정들은 어떠했을까? 고령군 대가야 박물관의 둥근 아치는 고분을 본떴다.
그 지산동(池山洞) 고분군의 한가운데를 차지한 최초의 순장(殉葬)고분이었던 44호 고분은 화려했던 대가야의 흔적을 잘 웅변한다. 그랬다. 지척에 있어서 늘상 가벼이 여겨졌지만 고령땅은 볼거리, 즐길거리, 얘기거리로 똘똘 뭉쳐진 곳이다.
우륵은 또 왠말? '우륵'은 고령에서 태어나 오늘날 가야금의 전신인 12현금을 만들었고, 또 연주곡 12곡을 지었다. 훗날, 신라로 귀화하여 신라음악을 꽃피운 '악성(樂聖)'으로 불려졌다.
남서쪽으로는 합천, 성주터와 맞닿아 있고, 문수산(484m), 사월봉(380m)을 위시하여 최고봉 미숭산(757m)까지 그리고 덕곡저수지와 중화저수지등 풍요로운 자연의 조화가 고령땅을 빼곡히 메우고 있다. 두바퀴 자전거를 타고 고령땅, 꼭꼭 쟁여둔 곳곳을 누빈다. 동서남북 사방팔방 약250Km를 약 5개로 코스로 나누어서 달려본다. 자전거의 출도착은 대부분 대가야 박물관앞 넉넉한 주차장이다. 자전거로 대표적인 4곳의 보따리를 풀어본다
◆고령 자전거-1 , 대가야 한바퀴 60Km
유니밸리~청룡산임도~우륵박물관~지산동고분군~암각화
말 그대로 고령 대가야의 유산들을 빼꼼하게 둘러보는 길이다. 초입부터 유니밸리cc 옆길을 헉헉대고 오른다. 대곡마을로 잠시 숨고르기를 한후 우곡면 사무소에서 잠시 목을 축인다. 청룡산 임도를 오르는 초입이다. 지리산 지안재나 흑산도 12굽이길 마냥 서너번의 회오리를 힘겹게 굽이친다. 낙동강변이 한눈에 내려다뵈는 청운각 전망대에서 여유를 부린다.
청룡산 MTB길 약12키로의 숲길을 업다운한다. 이윽고, 팔만대장경을 머리에 이고 날랐다는 이운순례길의 쉼터, 개경포 주막에 이른다. 막걸리에 파전! 주막 인심! 잠시 뱃심을 키운다. 이길로 고령 수목원 초입의 금산재를 넘는다. 대가야읍을 잠시 경유하여 우륵을 만나러간다. 잔잔한 가야금속에 문화인으로 잠시 변신한다.
고령 향교다. 바로 눈앞에 고령인들이 즐겨찾는 주산 산림욕장이다. 말 그대로 숲의 향연이다. 하지만, 산림욕장 오르는 길은 간단치가 않다. 금새 땀범벅이 된다. 시원스런 전망을 발아래 둔다. 우측으로는 거대한 지산동 고분군들의 파노라마가 끝없이 펼쳐진다. 고령군 경치의 Best of best, Top of top이다. 시가지가 한눈에 보인다. 와! 여기가 고령이구나!!
◆고령 자전거-2, 고령 임도 뽀개기 55Km
청금정~중화저수지~내상리임도~옥계임도~덕곡저수지
고령군 산길, 숲길의 엑기스만 모은 코스다. 진땀은 꽤나 흐르지만 보상 또한 매우 크다. 임도 산길을 3개나 넘는다. 만만하지 않다. 우선 청금정을 향한다. 이름만큼이나 깨끗하고 잘 생긴 숲길이다. 약3키로의 오르막을 오르면 청금정 전망대로 오르는 쉼터에 이른다. 여기서, 전망대까지는 다소 난해한 길이다. 그래도 간다. 왜냐면, 멋진 구름위 전망을 놓칠수 없는 까닭이다.
구름을 발아래 두고 한참 내리막을 달리면 중화저수지에 이른다. 하늘에서 내려다뵈는 저수지의 전망다리는 흡사 그림이다.
옥계목장으로 간다. 말이 목장이지 폐허같은 모양이다. 이어지는 산길의 오르막은 끝이없다. 당장에라도 내려버릴까 유혹이 이어진다. 아! 그런데! 짜잔! 난데없이 눈앞에 광활한 초원이 펼쳐지고 멀리 가야산 만물상이 양팔을 벌리고 있다. 말로만 듣던 만물상이 요모조모 자태를 피운다. 큰 보상이다.
◆고령 자전거-3, 해인사 가는길 70Km
미숭산 임도~대장경테마파크~백련암~상비계곡~덕곡저수지
다시 중화 저수지를 찾는다. 가로수로 이어진길을 계속 달리다 보면 미숭산 자연휴양림의 표지가 보인다. 우측으로 가면 휴양림, 좌측 숲속길을 계속 달리면 미숭산(757m) 정상으로 이어지는 산길이다. 고령의 영산답게 제법 거칠다. 중간쯤 가다보면 자작나무숲도 만난다. 얼마나 땀을 흘렸을까? 산의 구부능선까지 올랐다.
여기서 고령과 합천의 경계석이 보인다. '팔만대장경 이운순례길'이라는 표지판을 계속 따라가 해인사 대장경 테마파크앞에서 증거를 남긴다. 여기서는 선택이다. 해인사를 갈것인가? 아니면 백운동쪽으로 갈것인가? 해인사로 가는 길은 지난(至難)하다. 약10키로 이상 끊임없는 오르막이다. 흥류동 계곡길은 아름답지만 계속되는 오르막에 지치기 쉽상이다.
우리나라 3보(寶) 사찰중 하나인 해인사는 자전거 인심이 좋다. 여느 국립공원 사찰과는 달리 경내로 자전거 출입이 가능하다.성철스님이 거주하시던 "백련암"오르기를 체험한다. 경사각 18~20도 전후의 힘겨움을 이겨내고 백련암의 상징인 '불면암' 앞에 섰다.
두손 제례하고 스님께 인사를 드린다. 어디선가 "산은 산, 물은 물", 세상의 이치를 그르치지 말라는 스님의 호령이 울리는듯 하다.
◆고령 자전거-4, 일월정(日月亭) 해맞이길 60Km
시실임도~제석산임도~일월정 임도~법동저수지~운수면
일월정 가는 길은 여럿이다. 다만, 가는길은 험하다. 산길 임도 3개를 넘어야 한다. 일월정은 새해 첫날 해맞이 장소로 이름높다. 고령의 특산물 딸기밭 농원을 한참 따라가다 보면 시실리 마을에 이른다. 앞마을에서 뒷마을로 가려면 높은재를 넘어야 한다. 짧지만 다소 험난한 길이다. 땀깨나 흘린후 농로길을 내려가면 개경포 가는 교차길을 만난다. 여기서, 우리는 직진, 또 다른 나즈막한 제석산(386m)을 넘는다. 산은 여성스럽다. 길도 얌전하다.
내리막을 한참 내려가면, 성산면 사무소를 지나친다. 그 길로 쭉, 앞으로만 계속 오르다 보면 '일월정 가는길'의 안내판이 뚜렷하다. 해맞이가 아니더라도 무언가 새로운 결심을 하고 다짐이 필요할 즈음이면 곧잘 생각나는 명소다. 일월정 초입에 "해돋이, 달순이" 양 장승들이 인사를 한다. 정자에 올라서면 멀리 낙동강변까지 시원한 조망이 한눈에 든다.
◆색다른 재미가 쏠쏠한 고령 산길 그리고 낙동강변 길
고령군을 양사방으로 돌아본 250Km 산길은 저마다 각기 다른 색깔로 물들여져 있다. 여기에다 덤으로 현풍 디아크에서 이어지는 낙동강변과 은행나무길은 청춘예찬의 길이다. "길은 사람을 부르고, 길은 마음을 살찌운다. 길은 풍요를 주고, 한박자 쉼표를 선사한다". 1,500년전 이름 모를 기병들이 누비고 다녔을 이 땅을, 오늘날 두바퀴 자전거로 답습해보는 것은 마치 팔만대장경을 손수 머리에다 동여매고 해인사를 향했던 순례길마냥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사방팔방 동서남북으로 요동쳤던 그 대가야의 웅비가 오늘 다시 되살아난다. 여기는 찬란한 철기문화 시대를 열었던 바로 고령(高靈)이다.
글·사진 김동영 여행스케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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