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문학의 숲을 거닐다

장영희 지음/샘터 펴냄

2019년 열린
2019년 열린 '장영희 교수 10주기 추모 낭독회'에서 장 교수의 오빠인 고(故) 장병우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가 지갑 속 장 교수의 사진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2005년 출간 당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문학의 숲을 거닐다'가 새로운 모습의 개정판으로 출간됐다.

지은이인 고(故) 장영희 서강대 영문과 교수는 2004년 척추암을 선고받고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가 2005년 3월, 다시 강단에 복귀했다. 어릴적 소아마비로 두 다리가 불편했지만 매사 열정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암 치료가 완전히 끝나기도 전에 강의를 재개한 그의 결정에 많은 이가 감동을 받고 박수를 보냈다.

특히 그는 다시 강의를 시작한 것뿐만 아니라 희망과 긍정이 가득한 책 한 권을 마무리짓기도 했다. 영문학자의 길을 걸어오며 만났던 수많은 문학작품을 소개하고 그 속에 담긴 의미와 메시지를 자신의 일상사, 가족, 이웃의 얘기와 결부시켜 알기 쉽게 풀어 쓴 문학 에세이, 바로 '문학의 숲을 거닐다'다.

책 속의 글들은 그가 2001년부터 2004년 척추암 선고받기 전까지 3년간 연재한 조선일보의 북칼럼 '문학의 숲, 고전에 바다'에 실렸던 글이다.

장 교수는 책 서문에 "문학 교수로서 비평적으로 '고전'의 요건에 어떻게 걸맞은지 분석하기 전에, 단지 하나의 독자로서 그 작품이 내 마음에 어떻게 와닿았는지, 어떤 감동을 줬는지, 그래서 내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졌는지 솔직하게 쓰려고 노력했다"며 "독자들이 이 책을 보고 책방으로 뛰어가 여기에 소개된 고전들을 들춰보고픈 충동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다.

제목은 익숙하지만 막상 읽어보지 못했던, 읽었지만 잊혀져가는 책들이 마음 속 깊숙이 자리한 책꽂이에서 한 권씩 나온다. 주홍글씨, 변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오만과 편견, 위대한 개츠비, 이방인, 월든, 호밀밭의 파수꾼 등 고전부터 셜록 홈스, 벤저민 프랭클린 자서전, 이솝 우화 등 다양한 작품을 다룬다.

그는 이 글들을 쓰면서 "마치 숨겨놓은 보석을 하나씩 꺼내보듯 일생동안 내 안에 쌓인 책들을 하나씩 꺼내면서 새로운 감회에 젖었고, 위대한 작가들의 재능에 다시 한번 감탄하며 고맙고 행복했다"고 말한다.

결국 장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문학의 숲에서 자신이 발견한 희망, 용기, 사랑의 메시지를 전한다. 마지막장 '문학의 힘'이라는 글에서는 암 진단을 받고 칼럼 연재를 중단하는 심경을 고백하면서 "문학은 인간이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가는가를 가르친다"는 윌리엄 포크너의 말을 인용한다.

그는 문학과 함께해 온 자신의 삶에서 문학의 힘이 단지 허상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다시 일어설 것을 약속하며 이 책을 끝맺는다. 문학이 점점 소외되고 있는 요즘, 다시 한번 책 읽는 즐거움과 책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또한 책 속에 자리한 릴케, 로버트 브라우닝, 에밀리 디킨슨 등 유명 시인들의 시와 아름다운 명화들이 깊은 여운과 함께 생각할 틈을 준다. 344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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