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

폴 크루그먼 지음·김진원 옮김/ 부키 펴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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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폴 크루그먼 지음·김진원 옮김/ 부키 펴냄)
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폴 크루그먼 지음·김진원 옮김/ 부키 펴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의 신간 '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가 나왔다. 저자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기고한 글을 주제별로 분류하고 일부 글을 추가해 만든 책이다.

이 책에 나오는 '좀비'는 이미 수차례 실패를 겪고, 처절하게 논박을 당했음에도 사라지지 않는 경제 정책을 일컫는다. 부작용이 명백하게 드러난 정책들이 죽기는 커녕, 사회의 지배적인 생각으로 남아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득권의 이해관계에 부합하거나, 정치적 선전에 이용하기 좋기 때문이다. 크루그먼은 21세기 첫 20여 년간 시행된 여러 정책을 살펴보면서 그릇된 믿음에 기반을 둔 것들을 걸러내는 작업을 진행한다.

저자의 목표는 명확하다. 틀렸다는 증거가 나와도 죽기를 거부하는 '좀비 아이디어'를 무덤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부자 감세, 긴축 재정, 기후 변화에 대한 부정, 사회보장제도 반대론 등이 저자가 지목하는 좀비 아이디어다.

부자 감세는 오랜 시간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해온 좀비다. 저자는 1980년대 초 레이건 정부의 감세안, 2000년대 초 조지 W. 부시 정부의 감세 정책, 2017년 트럼프 정부의 감세안까지 부자 감세가 공화당의 주요 집권 정책이라고 분석한다. 대기업과 부유층의 세금을 줄이면 투자와 경제활동이 증가할 것이라는 '낙수효과'를 주된 논거로 삼지만, 역대 사례를 보면 미국 경제에 성장을 가져오지 못했고 재정을 악화하거나 소득 불평등을 확대했다는 게 크루그먼의 생각이다.

"요컨대 부자 감세가 모두에게 커다란 이로움을 안긴다는 주장만큼 철저하게 검증받고 처절하게 논박당한 경제 신조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 신조는 끈질기다. 실은 공화당을 꽉 틀어쥐고 있어 당 내부에서 거의 어느 누구도 부자 감세에 회의적인 표현을 입에 올리기조차 못한다."

책은 "미래 세대에게 그만 훔쳐라"같은 구호를 내걸면서 사실상 저소득층 지원을 줄이고 실업률을 방치하면서 경기 회복에는 순기능을 하지 못하는 '긴축 좀비'에 대해서도 반박한다. 정책 결정권자들은 경제 위기가 닥치면 예산 적자의 위험성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저자는 경기가 악화하면서 적자가 치솟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국민들의 수익 급감과 실업 문제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역설한다. 긴축 전환이 오히려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저자는 2009년 그리스의 재정 위기로 미국과 유럽이 긴축 재정을 선언하던 때의 이야기를 꺼낸다.

"이렇게 긴축으로 전환하자 아주 고약한 결과가 초래되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디어졌고 유럽에서는 대다수 국가가 다시 경기 침체로 들어섰으며, 이에 더해 지출 삭감으로 피부에 와닿는 어려움이 수없이 뒤따랐다."

이 책은 이 시대의 대표적인 공공지식인으로 꼽히는 크루그먼의 면모를 더없이 잘 드러낸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례를 적재적소에 꺼내며 특정 정책과 사상을 심층적으로 해부한다. "항상 쉬운 내용을 다루자"는 저자의 원칙에 따라 일반인들도 막힘없이 읽을 수 있도록 정리됐다. 664쪽,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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