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대구 달성군 죽곡 정수사업소에서 저류조를 청소하던 인부 한 명이 숨진 것과 관련, 여름철 밀폐 공간 사업장 점검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는 매년 여름철마다 밀폐 공간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질식 사고가 잇따르고 치사율도 높지만, 안전 점검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대구 사고와 관련해서도 대구시와 상수도사업본부가 작업장 안전 점검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밀폐공간에서 벌어진 질식사고로 34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165명(47.4%)이 사망했다. 치사율이 절반에 가까운 것이다. 이는 추락(2.5%)과 감전(6.4%) 치사율과 비교해 크게 높은 수치다.
전날 달성군 다사읍 죽곡 정수사업소에서도 지하 2층으로 내려가던 청소 용역업체 소속 인부 한 명이 맹독성 가스에 중독돼 숨졌다. 그는 맨홀 내부에 들어간 상태였고, 구조에 힘썼던 상수도사업본부 공무원 두 명도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밀폐공간은 산소결핍과 유해가스로 인한 질식‧화재‧폭발 등의 위험이 있는 장소를 말한다. 고용노동부는 분해되기 쉬운 물질이 들어있는 맨홀 등 18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밀폐공간에서 벌어지는 질식사가 빈번한 만큼 사업주는 밀폐공간 내 근로자 안전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최근 정수사업소 사고로 숨진 인부 또한 호흡마스크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비교적 고온의 날씨 속에 질식사고 발생률이 높다고 우려했다. 실제 10년간 질식사고 196건 가운데 봄이 63건으로 가장 많았고, 여름이 49건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대구에선 지난 2020년 6월에도 달서구 한 자원재활용업체 맨홀에서 청소 작업자 4명이 황화수소에 중독돼 2명이 숨졌다.
백찬수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여름처럼 온도가 높아지면 유해물질의 촉매작용이 일어나 질식사고가 빈번할 수 있다. 안전수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지만 대부분 위반하고 있을 것"이라며 "감독기관인 노동청이 사업장을 방문해 주의를 준다면 경각심이 높아져 사고 예방에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청이 감독하는 밀폐공간 사업장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경북 밀폐공간 사업장은 올해 초 기준 1천945개소로 집계됐는데, 신고 의무가 없는 탓에 감시 밖의 사업장이 많다는 것이다.
대구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시간과 인력의 한계로 모든 사업장을 확인하기는 어렵다"며 "현재 관리 중인 밀폐공간 사업장에 자율점검을 하도록 했고, 점검표가 미흡하거나 제출하지 않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8월에 점검할 계획이다. 이때 위반사항이 있는 사업장은 과태료가 부과되고 사법처리까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대구 사고와 관련해 대구시와 상수도사업본부의 안전불감증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21일 성명에서 "정수사업소 사고는 중대재해로 작업장 안전수칙 기본을 지키지 않아 발생했다"며 "사고 책임자들을 신속히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총체적 안전 불감증에 의한 재래형 중대재해"라며 "작업현장에 유해가스를 측정하는 측정기에 배터리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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