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선견지명(先見之明)

박정숙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사무국장

박정숙 딤프 사무국장
박정숙 딤프 사무국장

다가올 일을 미리 짐작해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을 볼 때 우리는 '선견지명(先見之明)이 있었다'라고 한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어떤 것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고 키워가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고, 이것이 개인의 것이 아닌 공적 예산을 들여 하는 일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얼마 전 제16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18일간 진행된 올해 DIMF에 참여한 공연팀이 22곳, 공식과 부대행사, 연계행사에 참여한 배우와 스태프 등 직접 종사자가 3천여 명에 이르고, 이 축제의 온·오프라인 관객으로 참여한 인원이 27만여 명에 이른다. 또한 딤프지기 자원활동가 모집에는 매년 타 지역 지원자가 늘어나고 있다. 올해는 무려 45.9%가 서울, 광주, 제주를 비롯한 전국에서 신청을 했으며, 본인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는 없는 DIMF에 대한 부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올해 폐막작으로 공연됐던 영국의 'The Choir of Man'도 관객의 반응에 감동을 하고, 마지막 공연 후 결국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며 다시 한국을 찾고 싶다며 떠났다.

DIMF는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산업 브랜드가 되었고, 대구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뮤지컬 도시가 되었다.

그러나, DIMF가 이렇게 자리매김하기까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뮤지컬'로 '국제 축제'를 개최하고자 한 지방 도시의 선택이 환영받을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종합예술의 하나인 '뮤지컬'은 하나의 작품이 공연되기 위해 수십 명의 인원이 투입되는 것이기에, '국제' 축제를 표방한 것은 당시로선 엄청난 모험이었다. 국내 공연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서울에서도 2012년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을 시작했으나, 5회를 끝으로 막을 내릴 정도로 뮤지컬을 축제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이를 16년간 이끌어 온 저력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1월 개최된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DIMF에 공로상을 수여했고, 정부에서는 문체부 5대 핵심과제의 하나로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구의 '뮤지컬 콤플렉스'를 대표 사업으로 제시하고 있다.

대구가 선점한 '뮤지컬'은 그 규모가 2007년 기준 약 1천600억 원, 2014년 기준 약 3천300억 원으로 급성장을 이어오고 있고, 우리나라 전체 공연시장의 절반 이상 (2022년 1분기 기준 63%, 예술경영지원센터 자료)을 차지할 정도로 시장이 커졌다. 이제는 연극의 하부 장르가 아닌 독립 장르로서의 입지도 굳혔다.

'뮤지컬' 장르의 성장 가능성과 문화콘텐츠로서의 글로벌화가 가능할 것을 알아본 대구시의 '선견지명'이 들어맞았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DIMF'도 설명하고 '대구'라는 도시도 설명해야 했던 예전과 달리 해외 많은 뮤지컬 프로덕션이 'DIMF'에 러브콜을 보내오고 있고, DIMF는 '뮤지컬 시장'이 그러했던 것처럼 성장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문화는 예술인이나 일부 관심 있는 소수에게만 가치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경제적 가치로 부각된다고 한 문화경제학을 전 세계로 전파했던 미국과 쇠퇴하는 중심도시에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 시설을 마련해 국가적 관광자원으로 자리매김한 영국처럼 대구가 선점한 'DIMF'(뮤지컬)가 대구, 나아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관광자원이자 경제적 가치재로 더 큰 역할을 해낼 날도 머지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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