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치맥축제에 대해 생각해 본다. 대구의 대표적인 여름 축제라고 자신 있게 말하려면 보완할 점이 있다. 치맥은 치킨(닭튀김)을 안주 삼아 맥주를 즐기는 것인데, 이는 누구나 개인적으로 먹을 수 있는 방식이다. 서울이나 부산 등 다른 지역에서 이 같은 행사를 연다고 해서 대구를 모방한다고 볼 수도 없다. 1%라도 차별화해서 대구의 특징을 살리는 축제가 되도록 하는 차원이 중요하다. 그냥 먹고 마시는 수준에 그치면 세월이 가더라도 단순 행사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치맥이라는 용어가 정확한지부터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치맥은 대체로 치킨(닭)과 맥주를 가리키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치즈를 안주 삼아 마시는 맥주도 치맥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치즈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은 치즈가 맥주에 더 잘 어울리고 건강에도 좋다고 주장한다. 영어와 한글 표현을 섞는 치맥보다는 계맥(鷄麥)처럼 바꾸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영어를 쓰려면 치비(치킨+비어)라고 해야 어법에 어울린다.
닭에 대한 인식과 이미지를 고민할 필요도 있다. 닭고기는 소고기, 돼지고기와 함께 세계적으로 가장 소비가 많은 육류이다. 닭을 대량으로 키우는 양계장 환경은 매우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양계장 같다"고 하면 매우 좁은 공간에서 겨우 버티는 상태를 비유한다. 닭장차(죄인을 수송하기 위해 철망을 두른 차량), 계륵(닭의 갈비로 큰 소용은 없지만 버리기는 아까운 것), 군계일학(닭 무리 가운데 한 마리 학), 싸움닭(다른 사람과 자주 다투는 사람), 꿩 대신 닭(적당한 것이 없을 때 그와 비슷한 것으로 대신하는 것), 치킨게임(양보 없는 극단적인 대결)처럼 일상에서 닭에 대해 부정적으로 쓰는 표현이 많다.
긍정적인 뜻도 많다. 계오덕(鷄五德)은 닭의 다섯 가지 품격을 나타내는 아름다운 내용이다. 볏(계관)은 문(文), 발톱은 무(武), 맞서 싸우는 용맹은 용(勇), 먹이를 나눠 먹는 모습은 인(仁), 새벽을 알리는 울음은 신(信)이라고 한다. 흔들리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모습은 나무로 깎은 닭을 닮았다고 하여 목계(木鷄)라 표현한다. 닭을 반려동물로 키우는 반려계 인구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주인 얼굴을 잘 알아보면서 따르고 아이들에게도 친밀하다고 한다. 닭은 사람 얼굴을 100여 가지로 구별하면서 좋은 느낌과 나쁜 느낌을 분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행사 때 치맥축제를 반대하는 동물보호단체의 시위가 열렸다.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을 걸고 닭을 대량으로 먹는 행태는 동물학대라는 주장이다. 소, 돼지 등 식용동물은 사람에게 양면적 가치가 있기 때문에 한쪽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축제라는 이름으로 며칠 동안 그냥 먹고 마시고 많은 쓰레기를 남기는 모습은 어딘가 아쉬움을 준다.
대구를 치맥의 성지(聖地)라고 꾸미는 말이 있다. 대체로 성지는 종교에서 특별한 가치를 두고 신성하게 여기는 장소를 가리키므로 치맥축제를 꾸미는 말로는 적절하지 않다. 치맥 중심 정도가 적당할 것이다. 소를 높이는 우공(牛公), 개를 높이는 견공(犬公)처럼 닭을 높이는 계공(鷄公)이라는 표현을 만들어 대구에서 먼저 사용하는 것도 의미 있다. 대구시는 이와 같은 측면을 두루 살펴 내년 행사에는 닭에 관한 문화가 곁들여지도록 하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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