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회 원 구성 마무리, 경제 위기라는 공적에 맞서야

국회 공백 53일 만에 여야의 후반기 국회 원 구성 협상이 마무리됐다. 핵심 쟁점이던 상임위원회 배분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를 1년씩 번갈아 맡기로 하면서다. 여야 공히 언론의 자유와 독립, 경찰의 중립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없다. 셀프 보호를 위한 밀고 당기기였다는 걸 국민들이 모르지 않는다. 어쨌거나 경제 문제에 진력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주문은 이제야 겨우 접수된 셈이다.

국회 원 구성이 됐다 한들 앞날이 밝다고 볼 수 없다. 엉뚱한 정쟁으로 향할 기미가 계속 보인 탓이다. 며칠 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은 여야의 손가락질 대잔치였다. 민생을 설파하는 듯했지만 불협화음만 강하게 울렸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전 정권의 실정을 꼬집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탄핵을 거론했다. 국민은 불안하다. 무엇이 우선인지 여야 모두 갈피를 못 잡고 있어서다. 국민이 기다린 메시지는 경제 회생 방안이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국제적 경기 불황, 물가 폭등까지 어느 하나 만만하게 풀 수 있는 게 없다. 그 사이 국민 삶의 질은 급전직하하고 있다.

대내외 사정이 평탄치 않다. 한쪽이라도 중심을 잡아야 한다. 수적 열세라지만 그것이 여당의 역할이다. 엄연히 국회 다수당은 야당인 민주당이다. 손을 잡으려 했다면 상대 손의 색깔이 어떻든 잡아야 한다. 색깔을 언급할 필요는 없다. 야당도 오만한 주장을 고집해선 안 된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을 마침내 검찰 공화국으로 만든 것"이라 공격했고 대통령 가족과 친인척, 측근 비리로 연결했다. 마침내 탄핵을 언급하는 데까지 이어 갔다. 경고라기보다 겁박에 가깝게 들린다.

여론을 제멋대로 해석해 정국을 소용돌이로 몰아가선 곤란하다. 야당의 엄포는 대통령 지지율 저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지율이 낮다는 건 국민들이 현 정권을 냉정하게 본다는 뜻이다. 혐오한다는 뜻이 아니다. 잘하라는 것이지 물러나라는 신호로 해석하면 안 된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정국도 그런 오판에서 온 것이었다. 당시 우리는 얼마나 큰 혼란을 겪었는가. 외환이 닥쳤을 때는 공적에 맞서 합심해야 한다. 현재 우리가 맞서야 할 공통의 적은 경제 위기다. 풀어 나갈 과제가 산적하다. 협치의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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