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인재(人災)임이 드러나는 죽곡정수장 질식 사고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죽곡정수사업소 저류조를 청소하던 작업자가 가스 중독으로 숨지고 그를 구하려던 공무원 두 명이 중태에 빠진 사고가 발생했다. 지금껏 확인된 사실만으로도 안전 불감증이 낳은 인재(人災)로 보인다. 작업자는 방독면 등 안전 장비 없이 저류조 내부로 진입했고 사고 발생 후 그를 구하겠다고 내려간 공무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작업 전 유해가스 농도 측정, 환기 등 조치는 없었다.

문제의 저류조에서는 치명적인 유독가스(황화수소)가 검출됐다. 하지만 작업 현장에 비치된 유해가스 측정기에는 배터리가 없었다고 한다. 기본적인 안전 수칙이 하나라도 지켜졌는지 의문이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가 평소 안전사고 예방에 어떤 노력을 기울였길래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고가 나는지 개탄스럽다.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책임은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에 있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관할 시설에서는 2020년 10월 가창댐 시설물 안전진단 중 잠수사가 숨진 것을 비롯해 같은 해 12월 매곡정수장에서 근로자가 추락해 숨지는 등 안전사고가 잇따랐다. 게다가 이번 사고로 대구시와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는 공공 분야에서 전국 최초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라는 불명예를 안을 수 있다고 한다. 사업장 안전사고 예방과 점검에 솔선수범해야 할 관공서가 어처구니없는 산업재해로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됐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시민 단체에서는 "총체적 안전 불감증" "재래형 중대재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형식적으로 안전관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역사회의 의문을 해소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고에 대한 엄정 조사 및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위법 사항이 있을 경우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대구경북에서 신고된 밀폐공간 사업장 수는 올해 초 기준 1천945개이다. 하지만 신고 의무제가 아니다 보니 밀폐공간 사업장이 얼마나 더 많은지는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밀폐공간에서의 질식은 사망률이 50%에 가까울 정도로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시민 생명과 안전보다 앞서는 가치는 없다. 철저한 조사 및 점검을 통해 유사 사고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관계 당국이 온 힘을 기울이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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