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새벽, 김인철(가명·66) 씨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다. 그러다 돌연 잠에서 깨어난 아이가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손에 집히는 물건을 내려치는가 하면, 머리를 벽에 마구잡이로 들이박는다. 김 씨가 아이를 말려보지만 좀처럼 쉽지 않다. 잠시 뒤 성난 이웃이 찾아와 시끄럽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김 씨가 연신 허리를 숙이며 사과하는 동안 뒤늦게 잠에서 깬 아내 신소희(가명·43)씨는 두려움에 아이를 꼭 껴안고 숨죽이며 웅크리고 있다.
◆장애 물려준 거 같아 미안한 마음만
경북의 한 마을에서 태어난 김 씨는 경미한 지체 장애가 있었지만 고기 장사를 하는 어머니 밑에서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김 씨가 성인이 된 직후 아버지의 외도로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고, 돈을 벌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도배 일을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김 씨가 27살이 됐을 무렵 사고로 왼쪽 다리와 오른팔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게 됐다. 술에 취해 있었던 김 씨는 이날에 대한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김 씨는 마냥 멈춰있을 수 없었다. 더 이상 도배 일을 할 수 없었지만, 수세미나 귀이개 같은 소품들을 만들어 파는 장사를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 자주 가던 식당 아주머니의 소개로 청각 장애인 아내 신 씨를 만나게 됐다.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다 보니 두 사람은 빠르게 가까워졌고 가정을 꾸렸다. 아내가 임신했을 때 김 씨는 불안했다. 혹시나 엄마나 아빠의 장애를 이어받을까 걱정이 됐다. 다행히도 첫째 아들은 건강하게 태어났다.
안도도 잠시, 둘째 딸과 셋째 아들이 태어나면서 가족에게 시련이 닥쳤다. 둘째와 셋째는 소위 간질이라고 알려진 뇌전증 증상을 가지고 태어났다. 아이들은 시도 때도 없이 자해를 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이들이 거품을 물고 쓰러질 때마다 부부는 그저 눈물만 흘리며 아이들의 팔다리를 주물러 주는 게 고작이었다. 아픈 아이를 지켜보는 김 씨는 수도 없이 생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픈 아내와 아이를 책임져야한다는 사실에 마음을 추스르기도 수차례. 절망적인 상황에 부부는 점점 몸과 마음이 지쳐갔다.
◆이웃 항의에 이사까지
김 씨네 가족은 지난 2월 밤낮으로 우는 아이들 때문에 주민들의 항의에 못 이겨 도망치듯 경북의 한 시골로 이사 왔다. 거동도 불편한 김 씨는 현재 척추 협착증과 심장병을 앓고 있다. 척추 협착증 수술비는 최소 300만원 이상 필요하다. 하루에 복용하는 약만 15개에 김 씨의 대장은 다 헐어있는 상태다. 청각장애인인 아내 신 씨 또한 아이들을 돌보느라 벌써 보청기가 몇 번이나 망가졌다. 보청기 지원도 더 이상 받을 수 없어 불편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뇌전증을 앓고 있는 6살 둘째와 4살 셋째는 꾸준한 병원 치료와 언어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 달 약값만 60만원 이상 필요한데 둘째는 최근 사시 진단을 받아 의사로부터 눈 수술 권유도 받은 상황이다. 아이가 태어난 후 부부는 일을 관뒀기에 정부보조금으로 나오는 250만원으로는 생활하고 있다. 아픈 네 사람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김 씨가 아이들 치료비로 지인들에게 빌린 돈만 벌써 1천만원이다.
현재 초등학교 3학년인 첫째는 둘째의 발작과 괴롭힘을 피해 김 씨의 대구 지인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첫째를 보낼 때 김 씨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김 씨는 매일 새벽 첫째를 비롯해 가족들을 위해 기도를 한다. 죽으나 사나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그리고 아들, 딸이 결혼하는 모습을 볼 때까지만 건강하게 해달라고 바라며 오늘도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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