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거래량 550만t(톤), 거래금액 1조원 규모를 자랑하며 한강 이남 최대이자 영남권 대표 도매시장으로 꼽히는 대구 북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이하 매천시장)의 달성군 하빈면 이전설이 불거지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 체제의 대구시정 세부 추진과제에 시설 현대화 사업이 추진 중인 매천시장을 대구 외곽 이전 계획이 명시되면서 '하빈 이전설'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지역 정관계에서는 현실화 가능성 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매천시장 이전, 洪 지선 공약으로 첫 등장
최근의 매천시장 이전설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처음 끄집어냈다.
홍 시장은 시장 후보 신분이던 지난 5월 매천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쇼핑문화가 발달한 오늘날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면 생존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며 "현재 추진 중인 시장 현대화사업과 외곽 이전 방안 등을 꼼꼼히 검토해 최선의 방향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달성 하빈으로 이전할 뜻을 내놓았다.
그리고 지난달 대구시장직 인수위원회도 2033년까지 29만9천㎡ 부지에 경매와 가공, 선별 등 첨단 도매유통 시설을 갖춘 도매시장 건립을 목표로 이전 추진을 예고했다. 앞서 2018년 4월 권영진 대구시장이 현재 부지에 유통시설을 추가해 확장·재건축하기로 결정한 것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이종헌 대구시 정책총괄단장는 "지난 5월 홍준표 당시 후보가 매천시장을 방문해서 대구라는 도시 위상에 걸맞지 않은 시장 규모와 낙후된 모습에 충격을 받고 '대구경북 미래를 위해 리모델링이 아니라 다시 제대로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처음부터 하빈을 이전지로 찍은 것은 아니다. 이전 검토 이야기가 나오자 하빈에서 유치 의사를 전해오면서 공약이 구체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시 관계자도 "매천시장 이전이 시장 공약 사항이고 인수위 활동 마지막에 나온 정책제안서에 50개 세부 추진과제에 포함된 것은 맞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 "현 부지 현대화 사업은 건물별 순환식 재건축을 해야 해 사업 기간에 영업활동이 위축 우려가 크고, 대체부지도 확보해야 한다. 이것도 쉽지 않은 문제이기에 모든 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봐야 할 단계"라고 말했다.
◆'하빈 이전설'과 함께 떠오르는 '秋 교감설'
과거에도 매천시장 이전 후보지로 하빈이 거론됐으나 이번만큼 유력 후보지로 꼽히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유독 '하빈 이전설'이 유력하게 힘을 받는 데는 홍 시장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대구 달성군) 사이 상당한 수준의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에서다.
이달 들어 지역 정가에서는 홍 시장과 추 부총리 간 '밀월'이 한창이라는 말이 나돈다. 기재부 출신이 처음으로 대구시 경제부시장으로 취임했고, 더욱이 이종화 경제부시장을 추 부총리가 직접 홍 시장에게 추천했다는 게 그 근거다.
또한 추 부총리는 홍 시장의 시장직 인수위 상임고문단에 이름을 올렸는가 하면 지난 대선 국면에서 국민의힘 선대위와 거리를 두던 홍 시장에게 당시 국민의힘 대구선대위 상임고문을 맡긴 것도 추 부총리였다.
여기에 추 부총리의 지역 보좌관을 지낸 최재훈 달성군수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홍준표 신임 대구시장이 농수산물도매시장을 하빈면으로 옮기는 안을 고민하고 있는데 신축 대구교도소가 달성의 농식품을 활용하도록 하는 방안도 법무부와 상의해 관철하겠다"고 말한 점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실어주는 근거다.
홍 시장과 추 부총리 측이 '매천시장 하빈 이전'에 대해 오간 이야기가 있었기에 최 군수도 하빈에 신축한 대구교도소 관련 질문에 매천시장을 언급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다만 대구의 한 국회의원은 "여러 이야기를 만들어 낼 만한 상황이긴 하지만 사전 교감은 없었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매천시장을 이전하느냐, 현 부지에서 현대화하느냐는 문제는 2005년부터 제기돼 왔지만, 이해관계자 간 합의에 진통을 겪으며 사업 추진이 미뤄져 왔다. 총선은 2년도 채 남지 않았는데 될지, 안 될지 모를 사업에 힘쓰는 건 셈이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전 구상 현실성 두고 나오는 상반된 의견
이와는 별개로 홍 시장의 매천시장 이전 구상이 현실성이 있느냐를 두고도 물밑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이 가운데 회의적 반응을 보이는 이들은 대체로 매천시장 문제가 이미 한두 해 나온 이야기가 아닌 만큼 이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매천시장은 2007년, 2013년, 2015년 세 차례 현대화사업 타당성 용역을 거쳤을 정도로 확장 재건축과 이전 등을 두고 논란이 많았다. 두 차례 용역에서 북구 팔달지구와 검단동 등이 이전지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이전 찬성'과 '이전 반대' 상인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예산 확보 등의 문제까지 겹치면서 지지부진했다.
마지막 용역에서는 이전보다 현 부지에서 확장 재건축이 더 사업성이 높다고 결론 났다. 기존 터를 매각할 경우 매입 대상자를 찾기 어렵고, 사업비도 늘어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 위치가 경부고속도로 북대구IC가 인접해 물류여건이 좋고, 대구도시철도 3호선도 끼고 있어 일반 소비자가 찾기 좋다는 점도 고려됐다.
그러자 대구시는 2017년부터 갈등조정, 도시계획, 건축 등 관계 전문가 자문을 통해 유통종사자들이 자발적 합의를 이루도록 추진협의회를 구성·지원했고, 2018년 유통종사자 전원 현대화 사업에 합의하며 상황은 일단락됐다.
지역 관가 관계자는 "매천시장 이전과 같은 사업은 국비 지원을 신청하려면 이해관계자 합의서가 필수인데 찬성·반대 상인의 지난한 싸움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구시가 시장 현대화 사업 명목으로 사업비의 30%를 국비로 확보했는데, 이 사업을 무위로 돌리며 예산을 반납하면 '보조사업 수행 배제' 페널티가 생긴다"며 고개를 저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거론되는 하빈은 면 전체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라 이전 검토 지역으로 애초에 부적합하다. 앞선 용역에서 저평가된 이유"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상길 전 시장직 인수위원장은 "여러 가지 면에서 매천시장 이전이 어려운 사업인 것은 맞다. 그렇다고 1988년에 문을 연 시장을 그대로 놔둘 수는 없다"면서 "5선 국회의원을 지낸 홍 시장의 이전 의지가 강한 만큼 정치력으로 풀어낼 것"이라고 기대를 비쳤다.
◆상인들도 찬반 팽팽
매천시장 상인들도 찬반이 갈리고 있다.
이전에 찬성하는 상인들은 "협소한 부지를 넓혀야 한다. 리모델링을 아무리 해도 공간을 넓힐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한 상인은 "리모델링은 돈 낭비에 불과하다. 리모델링하는 동안 시장이 엉망이 된다. 주차장도 좁은 데다 양파까지 (주차장에서) 경매하는 실정이다. 위치가 좋은 일부 법인들만 이전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부 화장실은 고칠 수도 없어서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 이걸 어떻게 리모델링하겠다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상인은 "대구시의원, 북구의원 등의 지역 이기주의와 일부 법인의 로비 탓에 이전에 실패했다. 현장 이야기를 듣지 않은 탁상공론 결정이었다. 대구의 앞날을 생각하면 반드시 이전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대하는 상인들은 "리모델링으로 결정이 났으면 그대로 추진하는 게 옳다"고 반박했다.
한 상인은 "과거 용역에서도 반대로 나왔다. 과일 중도매인의 경우 경매 뒤에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잔품 처리를 해야 하는 데 먼 곳으로 이전하면 소비자와 거리가 멀어진다. 또 동네 중소마트도 직접 시장에 와서 구매하는 데 이전하면 물류비가 상승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상인은 "많은 논란 끝에 겨우 리모델링으로 결정이 났다. 새 대구시장이 취임한 뒤 전임 시장의 결정을 바로 뒤집으면 어떻게 대구시 행정을 믿을 수 있겠느냐"라며 "리모델링으로 결정이 났으면 그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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