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겠다는 ‘경찰 독립’, 누가 그럴 권리를 줬나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울산 중부경찰서장)에 대해 경찰청이 24일 대기 발령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류 총경은 "행안부 장관이 인사권을 가지면 안 되는 증거"라고 맞받았다. 이에 앞서 전국 경찰서장들은 23일 회의를 열고 경찰국 신설 반대 입장을 냈다.

경찰서장들은 경찰국 신설과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 지휘 규칙 제정을 '역사적 퇴행'이라고 했다. 경찰청이 내무부 치안본부에서 외청으로 '독립'한 1991년 이전으로 후퇴이며 '경찰 독립'은 무너진다는 것이다. 어이없는 소리다. 지금까지 경찰이 '독립'을 이룬 적은 없다. 경찰청이 내무부 치안본부에서 외청으로 떨어져 나온 것은 '독립'이 아니라 지휘·통제 기관이 내무부에서 청와대로 바뀐 것일 뿐이다. 경찰청장 인사권을 가진 대통령이 민정수석실과 치안비서관을 통해 경찰을 지휘·통제했던 것이다.

이런 '오욕'(汚辱)을 경찰은 거부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지금 경찰이 '독립'을 운위(云謂)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 권력에 맹종한 과거, 우선 울산시장 청와대 하명 수사를 비롯한 문재인 정권 때의 맹종부터 반성·사죄해야 한다.

무엇보다 경찰은 '독립적'일 수 없는 조직이다. 통치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 경찰'은 그 자체로 난센스다. 세계 어디에도 없다. 우리 헌정 체제에서 경찰에 대한 지휘·감독의 최고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대통령이 행안부 장관을 통해 이 권한을 행사한다는 것이 새 정부의 방침이다. 일부 경찰은 이를 거부한다.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누가 그럴 권리를 줬나? '준사법기관'으로 경찰보다 더 중립성이 요구되는 검찰도 법무부 검찰국의 견제·감독을 받는다.

경찰서장들은 경찰국 신설이 부당하다면 자신들이 생각하는 정당한 경찰 통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것은 없다. "견제와 균형에 입각한 민주적 통제에는 동의한다"는 하나 마나 한 소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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