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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안의 클래식 친해지기] <26·끝> 음악 감상을 통한 음악의 즐거움

대구시합창연합회장

유대안 대구시합창연합회장
유대안 대구시합창연합회장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음악 감상이 취미라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워했다. 그동안 나는 적지 않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 음악공부를 했지만 정작 스스로 음악을 즐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음악공부를 하는 동안 선율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화성이 어떻게 쓰여졌는지, 성부 구조와 균형, 그리고 음악 양식이 어떠한지 분석하는 태도가 습관이 된 것이다. 그래서 음악의 본질보다 음악의 형성을 이해하는 데 주안점을 둬 음악이 주는 즐거움을 제대로 누릴 수 없었던 것이다. 즉, 나무는 보고 숲은 보지 못한 우매함을 범한 것이다.

한번은 작곡 개인레슨을 하던 중 작곡의 방법을 몰라서 힘들어 하는 학생과 오랜 시간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은 적이 있었다. 나는 오선지에 빽빽하게 써온 음표들을 찬찬히 훑어본 후 악보를 접고 학생에게 창밖을 내다보게 했다. 그리고 무엇이 보이는지 물어보았다. 학생은 흔들리는 나뭇가지가 보인다고 대답했다. 왜 나뭇가지가 흔들리는지 되물었다. 학생은 당연한 듯 바람이 부니까 흔들린다고 대답했다. 그 대답을 들은 후 나뭇가지를 흔들리게 하는 '바람'에 대해 한참 얘기한 적이 있었다.

우리는 사물이나 현상을 보면서 이면의 것에 대한 것을 놓칠 때가 많다. 그 학생은 좋은 곡을 작곡하기 위해 기술을 습득하는 데 조급해했다. 나 역시 학창시절 때 좋은 곡을 쓰기 위해 조급한 마음을 가진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이즈음에 들어서니 음악적 기교 이면에 음악의 본질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뭇가지를 움직이게 하는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내공'인가 보다.

음악인들은 올해 열린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젊은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연주 기교에 경탄을 쏟아냈다. 그는 피아노 테크닉 중 최고 난이도에 해당하는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제3번'을 결승 곡으로 연주했다. 나이에 비해 음악을 대하는 그의 태도와 침착함에 세계의 음악계가 주목했다. 임윤찬은 콩쿠르 연주를 하는 동안 리스트와 라흐마니노프를 제대로 즐겼던 것이다.

지금까지 7개월 동안 매주 매일신문에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주요 작곡가의 대표적인 작품을 소개하면서 작곡이나 연주배경을 설명했다. 클래식 음악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이 앞섰지만 음악을 듣지 않으면 허사에 불과하다. 음악 감상이 음악을 접하는 첫 관문인 것이다. 음악이란 구체적인 형상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매우 추상적인 예술에 속한다. 그래서 음악 감상이란 그리 단순하거나 쉽지만 않다.

효과적이고 올바른 음악 감상을 하기 위해 음악에 대한 이론과 지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시대적으로 음악이 어떻게 변화되고 발전되어 왔는지, 음조직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음악의 종류는 무엇이며 악기의 연주 형태는 어떠한지 등을 미리 이해해야만 한다. 대체로 사람들은 음악을 듣는 순간 음악의 선율 흐름과 연주 기교에 초점을 두거나, 음색이나 음악의 분위기에 이끌리는 단계에 머물기 쉽다. 음악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악곡의 종류나 형식, 악기의 편성과 악곡의 내용을 분석하는 단계에 이른다. 필자는 한걸음 더 나아가 음악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심미적인 경험이 가능한 단계의 감상이야 말로 진정한 음악 감상이라 여긴다. 따라서 효과적이면서 올바른 음악 감상을 통해 음악이 주는 즐거움을 한 점도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대구시합창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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