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정치 혁신 이야기는 왜 없나?

박영석 대구가톨릭대 교수(전 대구MBC 사장)

박영석 대구가톨릭대 교수(전 대구MBC 사장)
박영석 대구가톨릭대 교수(전 대구MBC 사장)

정권교체를 통해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를 한마디로 하면 '이전보다 정치를 좀 잘해 달라'는 것이다. 특히 많은 국민의 바람은 대통령과 여당이 정치 개혁을 통해 신뢰받는 정치가 되도록 정치를 확 바꿔달라는 것이다.

새 정권이 출범한 지 석 달이 되어 가지만 지금까지 왜 정치 혁신이나 정치 개혁 이야기는 한마디도 없는지 국민들은 의아하고 답답하다. 여소야대 국면이지만 대통령과 여당이 팔을 걷고 나서면 결코 못 할 일이 아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최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중단됐거나 오히려 후퇴했던 한국 사회의 해묵은 개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이제 연금·노동·교육 개혁을 논의하자"고 했다. 그는 또 "'오늘만 산다'가 아닌 '내일을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며 규제 개혁과 공공 부문의 강도 높은 혁신도 주장했다.

물론 권 대행의 말대로 국민연금은 30여 년 뒤에는 고갈될 것으로 전망돼 연금 문제는 세대 갈등을 넘어 미래를 위협하는 뇌관이 되고 있는 것도 맞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유연화 문제 등 노동 부문에 대한 개혁과 대학의 자율성 제고를 통한 경쟁력 확보 등 교육에 관한 여러 과제 또한 급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급하고 절실한 것이 바로 정치 혁신과 개혁이다.

코로나19와 고물가 등 먹고사는 문제들만큼 정치 혁신에 관한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도 크다. 50여 일 국회가 멈춰 섰는데도 여야 의원들은 아무 일 없는 듯 세비를 모두 받아 갔다. 국민들의 따가운 비판과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이 "세비 받는 것이 부끄럽고 면목이 없다"면서 반납까지 했을까.

보도에 따르면 우리 국회의원들은 업무추진비, 차량유지비 등 1억여 원을 제외하고도 연봉이 1억5천여만 원으로 직업별 소득 최상위권이다. 국민 소득 대비 연봉은 3.36배로 미국(2.48배), 일본(2.11배), 영국(2.23배), 프랑스(2.10배) 등 선진국 국회의원들보다도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유럽 의원들은 대통령제인 우리보다 의원들의 위상과 역할이 더 높고 크지만 자가운전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한다. 의원 2명이 비서 1명을 공동으로 쓰는가 하면 대부분은 나라의 특별한 지원을 받지 않고 스스로 의정 활동을 준비하고 관련된 일을 처리해 나간다.

국회의원이 되기만 하면 온갖 출세와 특전과 영예가 주어지는 우리와 이들 나라는 너무나 다르다. 이 때문에 그들은 자리를 놓고 또는 당선되기 위해 우리처럼 사생결단으로 전쟁 아닌 전쟁을 하며 싸움을 하지도 않는다.

정치만 선진화되면 그때 우리가 진정한 선진국이 된다고 말하는 국민들도 많다. 참으로 웃픈 현실이다. 우리 정치는 왜 끊임없는 이전투구와 정쟁으로 점철되어야만 하는가. 세상은 디지털 시대로 진화하는데 우리 정치는 왜 아직도 아날로그 모습을 하고 있고 변화도 거부하는가.

윤석열 정권과 여당은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는 등 정치 개혁을 이끌어 내야 한다. 선거나 정치제도 등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제도와 방식의 도입에는 야당을 설득해 합의를 이끌어 내는 정치력도 발휘해야 한다. 정치 활동을 포함한 정치 문화를 새롭게 하는 여러 정치 관련 이슈는 수시로 바꾸고 고치는 등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여야가 함께 해야 할 것들도 물론 있지만 여당부터 먼저 발 벗고 나서면 해결할 수 있는 것들도 많다. 민심은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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