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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아파트 분양시장 '마피' 등장…규제 풀려도 거래 뜸해

고금리·고물가·물량 증가 탓…전문가 "선택 폭 넓어졌단 뜻"
미분양 물량 많고 아파트값 하락세 이어진 탓
가격 추가 하락에 대한 기대감도 영향 미친 듯

지난 5월 대구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기사내용과는 무관함. 매일신문DB
지난 5월 대구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기사내용과는 무관함. 매일신문DB

대구 아파트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선 '마이너스 피(마피)'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실수요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은 넓어졌지만 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감 탓에 거래가 단기간에 크게 늘진 않을 전망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5일 대구(수성구 제외)를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 대출 규제와 부동산 세제 규제 등을 완화했다. 대구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6천816가구(5월 기준)에 이르는 등 주택 시장이 침체됐기 때문이다. 수성구는 투기과열지구에서 조정대상지역으로 규제 수위가 낮아졌다.

하지만 조정대상지역 해제 이후에도 거래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8개월째 대구 아파트값이 하락세지만 거래가 뜸하다는 게 부동산 중개업계, 분양업계의 얘기다. 이런 흐름은 다시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 입주 예정인 아파트 가운데 '무피'를 넘어 '마피' 매물도 눈에 띌 정도다.

'피(P)'는 프리미엄(Premium)의 약자. 분양권이나 분양가와 매도가의 차액을 뜻한다. 웃돈을 얹지 않고 분양가 그대로 내놓는 것은 피가 없다는 의미인 '무피' 매물, 줄여서 '마피'라고도 부르는 '마이너스 피'는 분양가보다 싼 값에 아파트를 내놨다는 뜻이다.

네이버 부동산 거래 사이트만 봐도 대구의 마피 매물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내년 입주하는 달서구 한 아파트 84㎡에선 최근 분양가보다 3천500만원 정도 낮은 가격의 매물이 나왔다. 서구 서대구역 일대의 한 아파트에서 나온 매물엔 '마피'가 2천만원 정도 붙었다. 지역 부동산업계에선 주로 동구(안심뉴타운), 서구(서대구역 일대), 남구, 달서구(본리네거리 일대)에 '마피' 매물이 떠 있다고 전했다.

지역 한 부동산중개사는 "피가 3천만원 미만이라면 무피 거래도 가능하다. 1천만~1천500만원대 피가 있다면 실제로는 마이너스피일 가능성이 크다"며 "무피든 마피든 현재 매물을 찾는 이가 별로 없다. 마피가 있으니 추후 아파트값이 상승, 수익을 내리라 기대하고 미분양 물량에 쓸어 담는 '줍줍'도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마피'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대구 분양 시장이 쉽게 활기를 찾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분양 물량이 많은 데다 고금리, 고물가 여파 등이 악재다. 아파트 가격이 더 내려갈 거라며 시장에 발을 들이지 않고 관망하는 이들이 많은 것도 거래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이진우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장은 "힘들어도 당장 '마피'가 대세로 자리 잡진 않을 것"이라며 "다수 관계사들은 대출이자를 부담하면서 준공 때까지 원래 분양가를 끌고 갈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또 "물량이 많다는 건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의미도 된다. 실수요자라면 위치와 가격 등 조건을 잘 보고 비교 우위를 따져 단지를 선택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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