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오전 대구 동구 율하체육공원 맞은편 가천잠수교 인근. 금호강변에 산책로를 만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금호강 둔치 위로 대형 화물차가 석재 무더기를 굉음과 함께 쏟아냈다.
둔치와 강을 잇는 경사면에는 석축을 쌓기 전 바탕 작업으로 콘크리트가 타설돼 있었다. 물길을 막으려 공사 구간을 따라 쌓은 흙더미 아래로는 강물이 줄기차게 스며들었다. 양수기는 바쁘게 돌며 밀려드는 물을 강 하류 쪽으로 뿜어냈다.
수성구가 안심습지와 인접한 금호강 구간에 '사색있는 산책로 조성공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환경파괴와 수질오염 논란에 휩싸였다. 환경단체들은 이 공사가 야생 동식물의 서식처를 파괴하고 발암물질을 하천에 유출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사업은 수성구 팔현마을부터 남천 합수부까지 4.3㎞ 구간에 산책로를 조성하는 게 골자다. 1차 사업으로 사업비 9억7천900만원을 투입, 오는 9월까지 범안대교에서 매호천 구간에 폭 2m, 길이 2.8㎞의 산책로를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가천잠수교 인근 400m 구간은 산책로를 만들 공간을 확보하고자 폭 2.6m의 석축을 쌓았다. 이 과정에서 산책로 폭이 4.6m까지 늘어나고 하천 변에는 콘크리트 타설 작업까지 이뤄졌다. 공사 구간에 자생하고 있던 다수의 버드나무도 벌목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단체들은 수성구가 전형적인 예산낭비, 환경파괴 사업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안심습지는 대구 시내 야생동·식물의 마지막 안식처나 마찬가지인데도 불필요한 대규모 공사로 서식 환경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보행로와 가까운 곳에 이미 차량 통행이 가능한 제방도로가 조성돼 있다"면서 "산책로를 추가로 만들더라도 달성습지처럼 생태계 훼손을 최소화한 오솔길이면 충분하다. 보행자가 많지 않은 길에 혈세를 투입하는 건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공사 과정에서 수질 오염 가능성도 제기됐다. 타설된 콘크리트에서 수용성 1급 발암물질인 '6가크롬'이 흘러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막으려면 거푸집을 사용해 콘크리트가 양생될 때까지 물과 접촉을 막아야 한다.
그러나 지난 24일부터 거푸집없이 타설한 콘크리트가 상당 시간 강물에 그대로 노출됐다는 게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25일 공사 현장에서 강물 시료를 확보해 대구시보건환경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하기로 했다.
시공사 관계자는 "주말 야간 시간대에 양수기를 꺼둬 수위가 오르면서 콘크리트가 강물에 노출된 건 사실"이라면서도 "현재는 콘크리트가 굳어서 더 이상의 유출 우려는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 수성구청 관계자는 "기존 차로가 보행에 부적합해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구환경청과 협의해 추진한 사업"이라며 "경사면에 콘크리트를 먼저 타설하고 화강석을 붙이는 형태의 공사라서 거푸집을 쓸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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