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여름은 대구를 포함한 한반도 남부 지역은 마른장마로 인한 물 부족과 찌는 듯한 무더위로 낮에는 물론 밤에도 잠을 자기 힘든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다. 무더위에 더해 하루가 다르게 뛰는 고유가, 고물가와 세계적 경제 불황은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올해 상반기는 대통령 선거와 지방 지자체 선거를 통해 새로운 국민의 대표를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선출했다. 국민들은 새로운 정부와 지역 대표들이 그동안 산적한 정책 현안들에 대해 빠른 시간 내에 해결책을 내놓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정치개혁, 교육개혁, 노동개혁, 연금개혁 등 굵직하고 복잡한 담론도 있지만, 국민의 실생활에 많은 영향을 주지만 관심에서 주목도가 떨어지는 현안도 있는데 그중에 '지역 소멸 대응 대책'과 '모자보건법 개정' 등이 해당한다.
우리 사회에서 초저출산과 수도권 집중화는 이미 한계 상황에 왔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의하면 지난달 경북 23개 시·군 가운데 7개 시·군에서 한 달간 출생한 신생아가 10명을 넘지 못했다. 특히 영양군은 아예 아기 울음소리가 나지 않았고, 청송군 5명, 성주군과 봉화군은 6명의 신생아가 출생했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지방이 소멸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중앙 정부가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지방소멸 대응기금'을 통해 대규모 재정을 지방 살리기에 투입할 예정인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초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의 사회적 문제는 전 국가적 아젠다이지만 지방은 단순히 인구 감소를 넘어 청장년층의 이탈로 인해 지역 기반이 붕괴되는 현상이 급격히 발생하고 있다. 단순한 인구 감소 대책에 더하여 청장년층이 지방으로 유입될 수 있는 대책이 절실하다.
또 하나의 시급히 해결할 민생 입법은 임신 중절 즉 낙태와 관련한 모자보건법을 조속히 입법 보완해야 한다. 최근 미국 연방 대법원이 '낙태권 폐지'를 결정하여 큰 파장을 야기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모두 아시다시피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는 우리나라 헌법정신에 위배된 법률이다'라는 판결을 내렸다. 현재 임신중절과 관련된 수술 허용 범위와 구체적 법률이 없는, 즉 무법 상태를 몇 년째 방치하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의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 의학적 전문지식을 활용하여 여성들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자녀를 임신하여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고, 산모도 건강한 모습으로 가정과 사회에 복귀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산부인과 의사가 평생을 두고 고민하는 문제 중 하나는 합법적이든 비합법적이든 임신중절 수술과 관련된 문제다. 임신중절 수술은 태아 상태나 산모의 건강 등 여러 가지 원인과 이유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의료 행위이나 의사의 부담은 항상 존재한다.
낙태권의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의 찬반은 정말 어려운 문제이다. 어디까지가 생명이고, 산모와 태아의 권리는 무엇이며, 생명에 대한 윤리를 얼마큼 지켜야 하는지는 사람들 간의 가치관 차이가 크기 때문에 무엇이 옳은지 정의하기가 어렵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난제를 회피하지 말고 설사 국민들로부터 당장은 비난을 받는 일이 있어도 미래를 보고 국민을 설득하여 국가 백년대계의 초석이 되어 주기를 기원한다. 희망은 우리 모두를 살게 하는 힘이다.
고석봉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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