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가 읽은 책] 명상의 힘을 내림받자

명상록(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박문재 옮김/ 현대지성/ 2018)

발을 떼면 넘어질까 봐 쉼 없이 자전거 페달을 밟는 것 같은 생활, 잠시 자전거 안장에서 내려 비 내리는 풍경을 본다. 그냥 멍하게 바라볼 뿐 '명상'과는 멀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보면 인생의 다양한 주제에 대해 늘 생각하고 깊이 성찰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명상이 어느 날 문득 자세를 취한다고 얻어지는 게 아님을 말해준다.

'명상록'은 로마 황제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제국의 북부인 도나우 지역으로 떠나 원정 전투에 임했던 10여 년 동안 쓴 것으로 짐작되는 철학 일기다. 제국을 다스리고 이민족과의 전쟁을 치러야 하는 황제가 자신을 다스리기 위해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기록인 셈이다. 1천900여 년 전 한 인간의 기록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놀라운 공감과 위안을 준다.

"작은 불길은 그 불길 속으로 던져진 것들에 의해서 꺼져 버릴 수도 있겠지만, 활활 타오르는 불길은 그 불길 속으로 던져진 모든 것들을 그 즉시 동화시키고 태워 버리고서는 더욱더 높이 타오른다."(67쪽) 이 문장은 목표를 향해 가는 이성을 불길에 목표에 대항하는 장애물을 불 속으로 던져진 것들에 비유하는데, 철학적 사고의 섬세함이 느껴진다. 12세 때부터 철학에 깊은 흥미를 보이며 어린 나이에 스토아 철학에 입문한 마르쿠스의 이력이 전쟁터에서도 이런 문장을 가능케 했을 것이다.

"사람이 모든 근심과 걱정에서 벗어나서 고요하고 평안하게 쉬기에는 자신의 정신보다 더 좋은 곳이 없다."(68쪽), "진정한 행운은 네 자신이 정하는 것이다. 진정한 행운은 혼의 선한 성향, 선한 충동들, 선한 행동들에 있기 때문이다."(107쪽) 이런 문장들에서 눈은 한참 멈춘다. 글자들을 빨아들이기라도 하듯 책을 응시한다. 고개를 끄덕였다가 부끄러움이 밀려와 다시 고개를 숙인다. 힐링이라는 말을 앞세워 밖을 기웃거리는 내가 보여서, 운이 따르지 않는다고 불평하던 기억이 떠올라서.

배움, 죽음, 운명, 본성, 이성, 후회, 자연, 우주 등, 방대한 주제에 대한 이 기록은 생사가 오가는 전장에서 어쩌면 더욱 절실했을 것이다. 한 줄 한 줄 적어가며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그런 가운데 자신을 지켜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토록 많은 시간이 지난 오늘날에도 세계의 유수한 대학들에서 필독 고전으로 추앙받고 있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 매일 걷는 것처럼, 사람들이 마음 건강을 위해 이 '명상록'의 지면을 눈으로 걸으며 명상의 입구를 말랑하게 토닥이면 좋겠다.

김남이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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